요네하라 마리부터 프루스트까지
마음산책, 마음산문고
마음산문고의 시작은 ‘요네하라 마리 특별문고’다. 동서양을 오가며 자라온 성장 배경 덕분에 만들어진 자유로운 사고, 경쾌한 문체, 거침없는 독설로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요네하라 마리의 책 5권을 엄선해 묶었는데 초반 6백 세트가 단숨에 팔리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어 이해인 수녀의 <기쁨이 열리는 창>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출간했으며, 아르튀르 랭보, 이자벨 랭보의 <랭보의 마지막 날>, 마르셀 프루스트의 <프루스트의 독서>를 발표했다.
한 권에 100g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듯 가볍게 읽는 책이라는 의미의 문고판 시리즈 ‘테이크아웃’. 80~96쪽의 짧은 분량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시작은 정세랑의 <섬의 애슐리>, 배명훈의 <춤추는 사신>, 김학찬의 <우리집 강아지>. 소설마다 한예롤, 노상호, 권신홍 등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해 소설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매달 2~3권씩 발표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2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책의 마지막에 서평을 넣는 대신 작가 인터뷰와 일러스트레이터 인터뷰를 담아 읽기의 즐거움을 더했다.
아무튼 재미있는
위고・제철소・코난북스, 아무튼 시리즈
소규모 출판사인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함께 만드는 아무튼 시리즈는 직업도 전문 분야도 다른 십인십색의 필자가 저마다 매료된 단 한 가지에 대해 1백50쪽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사회문화 평론가 김민섭은 나고 자란 망원동을, 약사 장성민은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트니스, 서재, 잡지, 방콕, 택시, 스릴러, 외국어 등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1백50쪽 분량의 이야깃거리라는 점이 새삼 놀랍다. 시큰둥하게 첫 페이지를 열었다가 스웨터에서 문득 인생의 진리를 깨치고, 인간사를 통달하게 된 것 같다가도 마구 웃게 된다.
인문 교양 매뉴얼북
유유출판사, 땅콩문고
공부, 고전, 중국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인문 교양서를 선보이고 있는 유유출판사. 출판사 이름은 몰라도 편집 디자이너 이기준이 완성한 독창적인 커버 디자인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거다. 땅콩문고 시리즈의 제목은 모두 ‘OO 하는 법’으로 통일했는데 가령 <서평 쓰는 법> <책 읽는 법> <박물관 보는 법> 등으로 인문 교양 매뉴얼 북에 가깝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한 권 읽고 나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뭔가 아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 하는 기분 좋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마법의 책.
100쪽 소설
창비, 소설의 첫 만남
현직 국어 교사 1백15명이 책 읽기를 포기한 ‘독포자’를 위해 직접 소설을 골랐다. 청소년을 주요 독자로 한 기획이지만 살다 보니 책과 멀어지게 된 성인들에게도 유용한 시리즈가 될 듯. 1백 쪽 이내 짧은 분량에 일러스트를 더해 천천히 읽어도 한 시간 안에 한 권을 독파할 수 있다. 1차분으로 성석제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 박상기의 <옥수수 뺑소니> 등 9권을 출간했다. 배명훈의 <푸른파 피망>, 정소연의 <이사> 등 SF 소설도 포함하며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소장을 부르는 디자인
열린책들, 블루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움베르토 에코 등의 묵직한 유럽 고전을 국내에 선보여온 열린책들이 파격적으로 가벼워졌다. 취지는 스마트폰에 빼앗긴 독자들에게 스마트폰보다 가벼운 책을 주자는 것. 무게와 크기는 줄였지만 문학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는 여전해 보이는 건 좋은 작가군 덕분이다. 앙투안 로랭의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아멜리 노통브의 <오후 네 시>, 에리크 오르세나의 <두 해 여름> 등 프랑스 소설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꾸렸다. 모두 2백 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로 장 에슈노즈의 <달리기>는 1백60쪽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