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스킨케어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고 얇은 나는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얼굴이 금방 푸석해진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건 역시 모든 걸 잊고 한숨 푹 자는 거지만, 여기에 마법의 한 단계를 더하면 다음 날 전날 밤과는 확연히 다른 피부로 깨어난다. 바로 오르가슴이다. 만족스러운 섹스 직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볼 때 어쩐지 혈색이 좋아 보이고 피부도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 적 없나? 잠자리 도중, 특히 절정을 느낄 때 여성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스트로겐이 피부에 플럼핑 효과를 주어 피부가 더 매끄럽고 탄탄해지고 피부 세포도 빠르게 재생된다고 한다. 게다가 열심히 움직이는 동안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섹스 후 얼굴에 생기가 돈다. 특히 아침에 잠이 약간 덜 깬 상태에서 그와 짧고 강렬한 섹스를 나눈 날이면 시간이 모자라 화장을 평소보다 대충 하는데도 피부는 오히려 더 좋아 보이니 신기할 지경이다. 열 마스크팩 부럽지 않은 섹스의 효능을 믿습니다! J, 자영업자(28세)
자아를 찾는 밤
자존감이 원체 낮았던 나는 그를 만나면서 말하자면 인생이 바뀌었다. 1년 전 만난 남자친구는 체면 구긴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들 앞에서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항상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주눅 드는 나를 매번 다독이고 치켜세워주는 참된 인간이다. 그는 잠자리에서도 애무를 하다가 내게 참 아름답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한다. 그리고 어쩐지 평소에 그에게 듣는 칭찬 이상으로, 침대에서 그의 손길을 느끼며 절정에 오르는 순간이 내게는 어느 때보다 큰 자신감과 쾌감을 준다. 마치 서로의 몸이 깊이 닿는 순간 피부를 통해 그의 애정이 직접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그 때문인지 상사에게 왕창 깨진 날이나 나 자신이 유난히 못나게 느껴질 때면 그의 다정한 섹스가 더욱 그립다. 물론 그와의 관계, 특히 잠자리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 건 아닐까 경계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와 나누는 섹스가 내게 확실한 자존감 회복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O, 회사원(29세)
‘홈트’가 별건가
그간 직장을 옮길 때마다 전의를 불태우며 회사 앞 헬스장에 1년 치 비용을 미리 내고 회원으로 등록했다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회식과 야근을 이유로 매일 헬스장 문 앞을 지나치는 전형적인 나약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나는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주말에 야외 활동을 하거나 홈 트레이닝을 하(려고 노력하)는 정도로 나 자신과 타협했다. 그런 내게 평일 운동의 즐거움을 알려준 이가 바로 지금의 남자친구다. 우리는 속궁합이 잘 맞아 야근 후 만난 평일 늦은 밤에도 데이트를 하다 보면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어찌나 격렬한지 잠자리 후 종종 허기를 느끼는 정도다. 그와 밤을 보내는 동안, 여성 상위에 집중한 날은 섹스가 끝나면 내 허벅지는 불에 덴 듯 화끈거렸고, 후배위를 할 때 허리에 반동을 주다 보니 내 허리는 나날이 탄력이 붙었다. 섹스를 한 번 할 때 80~2백 칼로리를 소모한다니 나로선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지루한 운동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진다. 어디서 섹스가 고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주워듣고 요새는 그와 상하좌우로 열심히 회전운동을 하고 있다. S, 회사원(35세)
꿀잠이 고플 때
심각한 수준의 불면증이 아니라면 섹스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잠을 자주 설치는 나는 왠지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될 것 같은 날이면 나란히 누운 남자친구를 슬쩍 자극한다. 섹스를 하고 나면 한결 편안하게 잠이 든다.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인 ‘뇌피셜’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섹스를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이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준다고 한다. 특히 엔도르핀은 흥분을 느끼고 통증을 잊게 하는 역할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 잠을 설칠 때면 항상 겪는 편두통도 섹스 후 어느새 한결 나아져 있다. 열대야가 심한 여름밤, 격한 섹스 끝에 찌릿한 절정을 느낀 후 미지근한 물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바람 아래 누워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 함께 사는 그도 지금은 불을 끄고 누운 후 내가 조금 뒤척이는 것 같으면 “잠 오는 운동 필요해?”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P, 칼럼니스트(3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