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한 해가 넘어갔다는 것,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 만큼 무뎠던 올해 초, 재밋거리를 찾다 강변 테크노마트 게임 매장까지 찾아가 내 돈 주고 샀다. 집에선 콘솔 게임기로 분리하면 휴대용 게임기로 쓸 수 있어 편리하고, 무엇보다 모니터 양쪽에 빨강 파랑 조이스틱을 끼운 디자인이 귀엽다. 둥그스름한 곡선 실루엣에 매트한 그립감도 상당히 좋은 편. 닌텐도 스위치의 매력은 지루한 해외 출장길에 빛을 발한다. 닌텐도의 상징인 마리오 시리즈 팩과 완충한 스위치를 들고 탑승하면 10시간 넘는 비행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모험 시뮬레이션을 좋아한다면 ‘마리오 오딧세이’를, 닌텐도 위를 재미있게 즐긴 사람이라면 ‘태고의 달인’ 시리즈를 추천한다. 36만원 뷰티 에디터 윤휘진

 

 

LG전자 휘센 제습기

LG전자 휘센 제습기

이제야 ‘휘센이’를 만난 것을 후회한다. 자취 8년 차.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여름만 되면 눅눅한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참고 참다 올여름 LG 휘센 제습기를 들였다. ‘가전제품은 LG’라는 엄마의 공식은 이제 나에게도 통한다. 휘센이와 함께한 첫날, 틀어놓고 외출했다 돌아왔는데 집 안 공기가 평소와 다른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통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침구를 만지고 나서는 웃음이 감동으로 바뀌었다. 바스락거리는 감촉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그때부터 매일 밤, 다음 날 비가 오길 기대하며 잠들었다. 휘센이의 진가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괜찮다. 바싹 마른 빨래만 봐도 뿌듯하니까. 휘센이에게는 바퀴가 있어 집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 샤워를 마치면 화장실 앞에 두고 어떤 날은 옷장 앞, 빨래한 날이면 건조대 앞에 놓고 사용한다. 가장 좋아하는 기능은 집 안 습도 상황에 따라 제습 정도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스마트 기능. 퇴근 전 앱으로 켜놓으면 미리 준비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답지 않은 기계를 보고도 설렘을 느끼다니. 그건 휘센이 너 때문이야. 59만9천원 아트 에디터 박유진

 

 

단후이 NR15

단후이 NR15

누군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집으로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가성비 갑 로봇 청소기’로 알려진 단후이 제품을 구입했다. 블랙과 화이트, 딱 두 가지 색상으로 디자인은 일단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장애물을 인식하고, 낙하 높이가 일정한 정도 이상이면 피하는 기능도 있어 화장실 문을 열어두어도 추락하는 일이 없는데, 단후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장애물을 인식한다고는 하나 여기 쿵, 저기 쿵 잘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청소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전선이나 러그라도 만나면 5초쯤 낑낑 소리를 내다 멈춘다. 로봇 청소기를 두고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자연스레 의인화하게 된다. ‘어휴, 애쓴다.’ 이러면서. 나는 예약 시간을 정해 매일 청소를 하도록 설정해두었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단후이가 제대로 복귀했는지 여부다. 일주일에 2, 3일은 구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기절해 있지만 먼지통에 먼지를 채우고 제자리를 찾은 날도 많다. ‘가성비 갑’이란 결국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낙하 방지 기능이 있지만 가끔 떨어지기도 하고, 장애물을 인식한다고 하지만 부딪혀보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놈이 어떤 날은 바보 같고 어떤 날은 기특하다. 손도 많이 간다. 매일 출근 전에 전선을 비롯해 작은 물건들을 모두 올려놓느라 아침이 좀 더 바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빈집에서 혼자 애쓰는 ‘단후이’를 위해 그 정도쯤은 뭐 가뿐하다. 29만8천원 피처 디렉터 박민

 

 

스메그 핸드블렌더

스메그 핸드 블렌더

한때 엄마들의 잇 템이던 ‘도깨비방망이’가 수명을 다해 고민 없이 스메그 핸드 블렌더를 들여놓았다. 스메그스러운(?) 곡선 디자인이 예쁘고 블랙이라 시크하다. 손잡이 부분이 생각보다 묵직하고 두껍지만 실리콘을 덧대 한 손에 착 감긴다. 700W 파워로 갈아주니 입천장에 토마토 껍질이 붙지 않는 부드럽고 곱게 갈린 토마토주스를 마실 수 있다. (더우니까 얼음도 넣었다) 많은 양의 과일을 넣어도 바깥으로 튀지 않고 얌전히 갈린다. 용기도 1.4L로 꽤 커서 주스 4인 분은 거뜬히 만들 수 있다. 양 조절에 실패해도 남은 주스를 다른 용기에 옮길 필요 없이 고무 패킹이 부착된 뚜껑만 닫아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가장 기대했던 툴은 포테이토 매셔. 살짝 누르면 구멍 사이로 감자가 으깨져 나온다. 다량의 매시트포테이토나 과카몰레, 퓌레 만들 때 좋다. 다지기 기능의 초퍼에 자투리 채소를 넣었더니 볶음밥용 다진 채소가 순식간에 완성. 칼질하기 귀찮을 때 버튼만 누르면 된다. 오늘 아침, 전선이 거슬려 무선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디자인, 성능 모두 만족하는 이 핸드 블렌더, 참 잘 샀다. 17만7천원 아트 에디터 김동미

 

 

다이슨 퓨어핫앤쿨링크HPO2

다이슨 퓨어 핫앤쿨 링크 HP02

서울이 본격적으로 먼지에 뒤덮이기 전 누구보다 빠르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해온 내게 공기청정기 구매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이슨을 산 건 이것보다 맘에 드는 디자인의 공기청정기를 발견하기 못했기 때문. ‘퓨어 핫앤쿨 링크’라는 이름이 쑥스럽기는 하지만, 이 이름엔 제품의 기능이 정직하게 담겨 있다. 공기 청정 기능 외에 열풍, 냉풍 기능이 있어 쾌적한 공기 속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듯하게 지낼 수 있다. 앱으로 실내 공기 오염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내 기관지와 폐의 건강을 넘어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미세먼지로 눈앞이 뿌연 날엔 다이슨 앱을 켜보며 심적 안정을 얻곤 했으니까. 구매 직후에는 강박적으로 종일 공기 청정 기능을 작동했는데,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만 돌린다. 알람 맞추듯 앱으로 요일과 시간을 지정하면 된다. 1년에 한 번 필터만 교체하면 되는 청소법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단, 필터가 좀 비싸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 99만8천원 피처 에디터 김소영

 

 

애플 애플워치시리즈

애플 워치 시리즈 3 에디션

상자를 열 때부터 사람 심쿵 하게 만드는 세라믹 케이스의 애플 워치. 셀룰러 기능이 있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기능은 기능이고, 일단 생김새에 마음이 반쯤 넘어간다. 아직은 기계의 성능보다 디자인에 홀려 카드를 긁는 편이기 때문. 가격은 터무니없다 싶지만, 기왕이면 더 터무니없게 에르메스 밴드까지 채워주면 좋겠다. 에르메스의 가죽 밴드를 더하면 세라믹이 더 반짝이는 것 같고, 어쩐지 일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무겁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시리즈 2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비평가도 많지만, 애플 워치 1 론칭 때부터 애플 워치의 성장을 쭉 지켜봐온 에디터가 처음으로 ‘이건 사야 한다’고 느낀 버전이다. 올해 하반기에 무리수를 두더라도 사야 하는 게 있다면, 32년을 살며 평생 한 번도 탐내본 적 없는 시계, 애플 워치 시리즈 3 에디션이다. 52만9천원 디지털 에디터 김민지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1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1

집순이인 에디터에게 음악 감상은 더할 나위 없는 취미다. 흰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여유를 즐기면 그뿐, 더 이상 요구되는 행동이 없으니까. 그렇게 음악에 애정을 가진 뒤로 적당한 스피커를 찾아 헤매다 정착한 게 바로 이 베오사운드 1. 뱅앤올룹슨 제품 중 비교적 하위 레이블인 B&O 제품에 비해 사운드가 훨씬 풍부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홀린 듯 결제해버렸는데, 견고한 알루미늄 소재부터 부드러운 터치감, 음원 손실이 없는 와이파이 연결 지원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 게다가 ‘막귀’인 나도 확연히 느낄 정도로 전 음역대가 치우치는 부분 없이 고르다. 요즘 빠져 있는 양다일과 폴 킴의 노래를 베오사운드 1으로 전곡 감상하며 얻는 일요일 오후의 만족감이란! 요즘 너나없이 입에 올리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소확행’을 느끼고 싶은 집순이라면 올해는 다른 것 대신 마음에 드는 스피커 하나 골라보는 게 어떨까. 1백87만원 패션 에디터 김지수

 

 

라이카CL 카메라

라이카 CL

물건을 많이 사본 사람은 안다. 세상의 모든 가격에는 각자 합당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가성비를 믿지 않는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덮어놓고 월급을 탕진하던 못난 소비 습관을 가성비의 실체를 수차례 경험한 뒤 고쳤다. 이제는 월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물건을 딱 하나 산다. 그 최선의 선택 중 하나가 라이카 CL이다. 보디만 3백만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라이카의 문턱은 드높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델인데 구입하기로 결정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으니까. 그런데 이 녀석, 본전 생각이 안 난다.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게 정돈된 디자인,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티타늄으로 둘러싸인 단단한 본체. 그 작고 가벼운 몸으로 라이카의 전매특허 색감인 깊은 감도와 점잖은 채도를 표현한다. 고감도 촬영 기능도 탁월해 동굴이 아니고는 빛이 모자랄 일이 없다. 무엇보다 이 다양한 촬영 설정 값을 단 두 개의 다이얼만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소스라치게 놀랍다. 나아가 액정이 아니라 뷰파인더에 한쪽 눈을 대고 가만히 피사체를 바라볼 때 온몸에 퍼지는 강 같은 평화, 묵직하면서 시원하게 울리는 셔터 소리가 주는 경쾌함! 라이카는 카메라 이상의 일을 한다. 이 흠 없는 물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을지 남의 사정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감복할 물건이다. 이 카메라는 절대로 비싸지 않다. 3백30만원 피처 에디터 유선애

 

 

에어팟 에어팟키링

에어팟 & 에어팟 키링

노래를 들으려면 에어팟을 충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케이스에 넣어야 하고, 충전을 위해 또 케이스를 충전해야 한다. 심지어 그 케이스는 잘 긁히기까지 하니 또 그 케이스의 케이스를 사야 되고,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키링도 달아야 하고・・・・. 세상에 이런 주객전도가 어디 있나 싶겠지만 에어팟님이 높여준 삶의 질을 생각 하면 기꺼이 감당할 수고다. 충전 젠더와 이어폰 젠더가 하나인 아이폰 7 이후부터는 충전과 음악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러나 에어팟은 블루투스로 연결하기 때문에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빠질 일이 없다. 또 이어폰을 꽂아놓고 스쿼트를 하다보면 아이폰이 추락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사운드를 포기하고 운동만 했는데 이제 그럴 걱정이 사라졌다. 게다가 모든 블루투스 이어폰의 케이스와 키링이 이렇게 예쁘고 다양하지는 않다. 잃어버릴까봐 걱정이라고? 어쩔 수 없다. 에디터도 한 번 잃어버렸는데 바로 또 샀다. 두 번 사도 만족할 정도면 ‘가심비 갑’ 아니겠는가? 에어팟 21만 9천원 디지털 에디터 안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