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의 일기에는 아이가 태어난 감동적인 순간, 그 아이가 자라 장난감으로 방을 어지럽히곤 천진하게 웃는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두 아이와 함께하는 소소한 하루를 담은 일기, ‘남자의 육아’의 게시물 수는 어느새 1천4백 개에 달한다. 처음 일기를 쓴 건 아내가난임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우울증이 겹쳐 더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셰프였던 그는 건강을 위해 식단부터 조절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매일 기록하는 의미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첫째 하유가 생겼고, ‘임신 일기’에서 시작된 기록은 ‘태교 일기’를 거쳐 지금의 육‘ 아 일기’로 이어졌다. 박현규는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그냥 제 일상만 놓고 보면 단순한 일의 반복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나와요.거창하게 쓰는 글은 아니다 보니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었죠.”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출산의 과정이나 육아에 서툴러 저지른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써나갔다. 구독자들과 댓글로 고민이나 궁금한 점을 가감 없이 묻고 답하는 것도 그가 쓰는 육아 일기의 매력이다. 그 덕분에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 과정을 지켜본 ‘랜선 이모’를 자처하는 구독자들이 이 가족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적도 많다. 그러는 동안 많은 일이 생겼다. 일기를 보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4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육아하는 아빠의 일상을 공유한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육아 콘텐츠 전문가로 더 분주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일기를 쓰기 위해서라도 사진을 찍고, 순간에 집중하려 해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작은 노력의 일부죠. 아이의 놀이나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그 고민을 나누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다가오더군요.“ 그는 이렇게 쌓아온 기록들이 먼 훗날 가족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는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아요. 부모님이 얘기해주시거나,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서 어렴풋이 떠올려보는 게 전부죠. 언젠가 아이들이 컸을 때 제가 쓴 일기를 본다면 자신이 어떤 아이였는지, 뭘 좋아하는 아이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이 일기를 펴서 추억을 꺼내 볼 거고요. 이 일기가 우리 가족의 소중한 기록이 될 거라 생각해요.
글로, 식물로, 그림으로 하루를 기록하며 그날그날 의미를 만든다. 매일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