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둘만 아는 신호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은 날엔 남들에겐 평범해 보이지만 남자친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스타일링을 한다. 나의 히든카드는 실크 스타킹과 가터벨트, 그리고 니트 스커트. 유혹의 아이템으로는 조금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포인트는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동안 그가 내 회심의 코디를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다. 적당한 두께의 니트 펜슬 스커트를 입으면 가터벨트가 겉으로 너무 티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를 만나면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구석 자리에 나란히 앉는다.그러고는 화장실을 핑계로 앉아 있는 그의 앞을 비집고 나가면서 은근슬쩍 허벅지와 엉덩이의 가터벨트 자국을 살짝 드러내거나, 아니면 가만히 허벅지 위로 그의 손을 가져와 포갠다. 그 순간 내가 뭘 입었는지 눈치챈 그는 말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남자친구는 나의 은근한 도발이 귀여우면서도, 밖에서 데이트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침대에서의 우리 모습을 상상하게 되어 곤란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난감한 신호는 언제든 환영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P, 프리랜서(27세)
50% 네이키드 웨펀
나는 평소에 퇴근 후 데이트를 하며 서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자주 보는 터라,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입으려면 무언가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섹시한 드레스를 살까 고민하던 나의 최종 선택은 아예 입지 않는 것이었다. 영화 주인공만 그러라는 법 있나. 어느 주말, 저녁 데이트를 준비하면서 나는 새틴 보디수트에 스타킹을 신고 곧바로 외투를 걸쳤다. 11월 늦가을의 날씨는 코트 안으로 찬 바람을 불어 넣었지만, 속살에 바로 닿는 코트의 감촉이 묘하게 좋았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외투를 받아주겠다고 손을 내미는 그에게 남들 모르게 슬쩍 옷깃을 벌려 보였다. 당황해 누가 볼 새라 얼른 옷을 여며주던 그는 앉아서도 갑자기 투시 능력이라도 생긴 듯 내 코트 앞 섶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집 밖에서 속옷만 입고 있다는 남사스러운 사실은 곧 그에게 엄청난 흥분 요소로 작용했다. 그는 빨리 함께 집에 가고 싶어 애끓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럴수록 느긋한 척하며 디저트까지 주문했다. 그의 기대치를 최대치로 높인 후 둘만의 장소에 도착한 그날 밤은 전에 없이 화끈했다.다음번엔 여기에 ‘알몸으로 표적과 접선하는 관능적인 스파이’ 설정을 더해볼까 한다. 남자친구가 007처럼 말쑥한 정장을 입고 나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K, 회사원(33세)
80% 혼자의 시간을 공유하다
연인과의 섹스는 철저히 사적인 시간이지만 그보다 더 내밀한 영역이 있다. 자위를 할 때다. 철저하게 혼자인 공간과 상황에서만 이루어져온 자기 만족의 시간, 그래서 더욱 누군가에게 내어 보이기 민감한 행위를 그의 앞에서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민망함이 솟구치는 일이다. 나 또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몇 년 전 만난 예전 남자친구가 부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로 섹스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남자친구의 요청으로 조금은 마지못해 그가 지켜보는 데서 자위를 했다. 내가 흥분할수록 바로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도 더욱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관객을 두고 절정에 다다른다는 건 퍽 색다른 감정이었다. 그와는 얼마 못 가 헤어졌지만 이후에도 간혹 만나는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둘이 있을 때 슬쩍스스로 유두나 클리토리스를 만지기 시작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누구에게나 폭발적이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바, 쉽고 빠르게 오르가슴에 이르면서도 동시에 상대를 확실히 도발할 수 있으니 편의성(!)에 있어서도 일석이조다.지금도 여전히 그의 시선을 느끼며 자위를 한다는 게 수줍을 때가 있지만, 과감한 유혹의 기술을 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I, 자영업(31세)
100% 인생은 직진
내가 남자에게서 느끼는 최고의 섹스 어필은 두 가지가 있다. 자신감, 그리고 솔직함이다. 객관적인 외모나 차림새와 상관없이 대화에서 자존감이 묻어나는 남자에게선 인간적인 매력 이상의 ‘색기’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한편 남자가 꼭 자신감 넘치는 타입이 아니어도 섹시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낼 때다. 귀엽고 착하지만 영 숙맥 같아 보이던 데이트 상대가 어느 날 ‘너와 자고 싶어’라며 돌직구를 날리면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며 흥분하는 식이다(물론 기본적인 호감이 전제된 상황에서겠지만).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좋아하는 상대와 섹스할 때 모든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그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지금 당장 하고 싶어’ ‘네가 벗겨줘’ ‘여기에 키스해줘’라고 말한다거나, 그의 페니스를 당당하게 그러쥔다거나, 남자의 손을 그가 애무해주길 원하는 부위에 댄다거나. 가끔은 조금 수줍은 척, 가끔은 명령조로, 상대의 성향과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톤 앤 매너를 조절한다. 단언하건대 잠시 당황하는 남자는 만났을지언정 내 적극적인 언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나의 가장 섹시한 면이라고 말한다. 시작이 어렵지, 하다 보면 연인의 긍정적인 반응에 나날이 뻔뻔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M, 회사원(3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