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는 백두산과 위도가 같아요. 세계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시라카미산이 있고요. 그 산의 1.1미터에 달하는 부분이 백두산의 화산재로 만들어졌어요. 고려시대에 백두산이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산을 이룬 거죠. 신기한 인연인 것 같아요.” 아오모리 홍보 대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조세현 사진작가가 늦가을의 아오모리에 다녀왔다. 아오모리현은 혼슈 최북단에 있는 현으로 일본 본섬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본섬의 끝자락이니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숲과 물이 아오모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오모리를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 중에서도 하치노헤시 동부에 있는 다네사시 천연 잔디 공원의 비경은 압권이다. 해안의 가파른 암석과 그에 대비되는 아름다운 잔디가 이색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녹색 잔디가 펼쳐지고 그 안에는 철철이 다른 꽃들이 피어난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드넓은 잔디밭은 고요가 주는 위로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의 아오모리는 의외로 많이 춥지 않아 여행하기에도 좋다. 또 눈이 많이 내리는 만큼 물이 풍부해 쌀의 품질이 좋고 여기에 물의 기운이 더해져 사케의 맛이 깊다. “현의 삼면이 바다로 이뤄져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죠. 좋은 재료가 많이 나니 음식이 맛있고, 그만큼 오래된 맛집이 많아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숙소도 있고요.” 하치노헤시의 신무쓰 여관(hac.cside.com/shinmuturyokan)은 이 지역이 유곽으로 번성하던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고풍스러운 건물이다. 지은 지 1백20여 년 된 건물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 건축물 자체에 유곽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무쓰 여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도 이어진다.
“아오모리는 산과 물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시골 마을에 훌륭한 미술관이 많아요. 도와다 아트센터,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등이 곳곳에 있고, 각 미술관에는 쿠사마 야요이부터 요시토모 나라, 샤갈까지 많은 화가의 미술품이 전시돼 있죠.” 예술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 수공예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하치노헤시의 ‘난부 사키오리’라는 전통 재활용 직조법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쓰고 남은 천을 모아 활용하는 직조 방법으로 옛 사람들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난부 지방 전통 공예의 특징은 서민이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던 것이 많다는 점이다. 낡거나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위한 재료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제한 속에서 태어난 공예’이기도 하다. 쓸모없는 물건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는 난부 지방의 전통 공예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과거 난부 사키오리의 재료는 오래된 기모노나 낡은 천이었다고 한다. 이 낡은 천을 가늘게 찢어 새로운 직물을 만든 것이다. 재료의 색깔이 일정하지 않아 직물을 짜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천의 색감은 시시각각 변하고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난부 사키오리의 매력이기도 하다. 천이 귀하던 에도 시대에 농가의 여성들이 오래된 천을 찢어 씨실, 마대를 풀어낸 실을 날실 삼아 담요며 깔개, 작업복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치노헤시의 야와타우마도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다. 야와타우마는 말 목각 인형으로 이곳 향토 완구 중 하나. 겨울철에 농민들이 만들기 시작했는데, 소나무 등으로 말 모양을 조각해 검은색, 빨간색, 흰색을 기본으로 칠한 후 종이로 장식과 방울 등을 달아 완성한다. 이는 옛날에 결혼할 때 신부가 타는 마차를 몰던 말에 장식한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그 외에도 사람이나 원숭이를 태운 말, 바퀴 달린 수레에 타고 있는 말 등 모양이 다양하다.
난부 하치노헤 공방 초(澄)
하치노헤시를 대표하는 아오모리현 인정 전통공예사인 난부 사키오리 작가 이노우에 스미코(井上 澄子) 씨의 공방. 지역 고유의 전통 기법을 후계자에게 전하면서 다양한 난부 사키오리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공방에서는 전통 베틀을 이용해볼 수 있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후계자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주소 하치노헤시 밋카마치 11-1 하치노헤 포털 뮤지엄 핫치 4F 모노즈쿠리 스튜디오
문의 0178 22 8200
야와타우마 제작 체험
야와타우마는 행복과 행운을 부르는 말로 알려져 선물용으로 좋다. 야와타우마 제작 체험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하며, 네조 광장에 모여 야와타우마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90분, 체험 비용은 일인당 1천9백 엔이다. 웹사이트나 하치노에 관광컨벤션협회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웹사이트 https://navi.hachinohe-cb.jp/localtabi/user/detail_information/index/84
문의 0178 41 1661
EUN JUNG’S TRAVEL DIARY
조세현 사진작가의 아오모리 여행에는 여러 관계자와 더불어 함은정도 함께했다. 공연 투어를 위해 아오모리에 온 적은 있지만 여행지로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라는 그는 이번 여행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아오모리의 여러 색을 발견했다. “막연히 사과가 유명한 곳으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온천에도 가고 다네사시 해안에도 갔어요. 헌 옷의 천으로 새로운 직물을 만드는 난부 사키오리, 말 목각 인형 야와타우마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후루카와 수산시장에서는 해산물 덮밥인 놋케돈도 먹었어요. 그 덕분에 아오모리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순간을 꼽으라면 도와다 아트센터다. 도시의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한적한 곳에서 만난 미술관에는 쿠사마 야요이와 론 뮤익부터 최정화, 서도호까지 많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 “아트센터에 어린이 놀이터와 이 지역을 상징하는 말과 안장도 있었어요. 지역의 색깔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더라고요.” 함은정은 조세현 사진작가에게 사진을 배운 적 있는 터라 아오모리에서 보낸 순간순간을 사진으로도 많이 남겼다. “사진은 찍을 당시 내가 어떤 감정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찍혀요. 이번 여행에서도 제가 느낀 아오모리의 매력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더 열심히 촬영했죠. 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 아오모리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기록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