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작은 외딴섬 보네르(Bonaire)의 스쿠버다이버들은 일종의 수중 양육 시설에서 일한다. 이들은 유리섬유 구조체에 매달린 어린 산호들을 뒤덮은 조류를 천천히 제거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보네르섬의 해안선은 전체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해양 생태 공원임에도 환경 변화와 개발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다. 이곳 역시 카리브해 연안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이후 수온 상승, 질병, 산호초 개발, 오염 등으로 산호초의 면적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와 자원봉사 잠수부들로 구성된 팀이 보네르에 당도해 매일 죽어가는 산호초를 복원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보네르뿐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의 나머지 지역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다 위의 보네르섬은 사막에 가까운 환경으로, 거대한 선인장과 낮게 자란 풀숲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다. 이곳의 식물들은 퇴적물을 붙잡아 토양 유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과거 네덜란드 정복자들이 데려온 동물들의 후손인 야생화된 염소와 당나귀들이 그나마 얼마 남지 않는 그 풀을 맹렬한 기세로 뜯어 먹는다는 사실이다. 식물의 감소는 강력한 바람이나 태풍에 점점 더 많은 퇴적물과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 깨끗하던 물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허리케인 권역 밖에 있는 보네르섬은 선박 소유주들이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안전한 도피처이긴 하지만, 이 또한 산호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보네르 산호초 복구 재단(RRFB)의 프로젝트 책임자인 프란체스카 비르디스(Francesca Virdis)의 말을 들어보자. “도시 지역에 정박하는 선박의 숫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안가와 굉장히 가까운 곳이죠. 문제는 정박한 배들이 사용한 하수를 바다에, 그러니까 산호초 바로 위에 그대로 흘려 버린다는 겁니다.” 이렇게 방류된 하수는 연안 산호초에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각종 질병을 가져온다. 또 하수에는 해조류의 증식을 돕는 질소와 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해조류가 늘어날수록 산호초의 터전이 줄어들게 된다. 이들 모두 생존을 위해 해저에서 햇빛을 받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해조류의 급증으로 산호초가 살아갈 공간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RRFB는 7년 전부터 자연적 혹은 인위적 이유로 파괴된 지역에 이식할 목적으로 수중 양육 시설에서 산호를 재배하기 시작해, 지금은 1백20기의 유리섬유 구조체로 구성된 여덟 곳의 수중 양육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각 구조체는 1백 개에서 1백50개의 산호 개체를 매달 수 있는데, 모두 합치면 약 1만5천 개의 산호 개체를 항상 길러낼 수 있는 규모다. 비르디스의 설명은 이러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산호초를 본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그건 산호뿐 아니라, 산호에 기대 사는 어류의 개체 수까지 같이 복구해야한다는 의미죠.”
각 인공 구조체는 모래 닻으로 해저 지면에 고정되어 있으며 해수면 근처까지 떠오르는 부표로 인해 수중에 떠 있게 된다. 산호 개체는 여기에 단섬유 끈으로 매달려 있어, 산호 폴립의 부드러운 조직을 먹이로 삼는 벌레나 갯민숭달팽이, 게, 불가사리 등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다. 6~8개월 가량 지나면 산호는 양육 시설을 떠나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곳으로 옮겨질 준비를 마치게 된다. 가장 주요한 양육 시설은 보네르섬에서 배를 타고 25분 정도 서쪽으로 가면 있는 무인도 클라인보네르섬이다. 다만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 중 일부는 해안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어 산호를 수확한 다이버들 이 한 번에 3백여 개의 개체를 배로 새 보금자리까지 옮기는 작업을 한다.
산호가 알을 낳았다면, 이는 산호가 건강하며 성적으로 성숙할 만큼 오랫동안 잘 살아남았다는 증거다. 산호는 고작 한 해에 한 번 알을 낳는다. 보름달이 뜬 이후 이틀에서 사흘째 되는 밤, 한 번에 단 30분 동안, 산호 군집 전체가 알과 정자가 포함된 캡슐을 수중으로 내뿜는다. 이 캡슐들은 산호초 전체에 걸쳐 해수면 근방까지 떠올라 서로 섞이게 된다. RRFB의 과학자들은 이 캡슐을 모아서 한 번에 섞고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산호 알이 수정돼 산호 복구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네르섬의 산호 양육 시설에서 자라는 주요 산호 두 종인 사슴뿔산호(Staghorn Coral, Acropora Cervicornis)와 큰사슴뿔산호(Elkhorn Coral, Acropora Palmata)는 원래 얕은 바다에 흔히 자라는 종류다. 사슴뿔산호는 가지를 뻗어 산호초를 만들어내는 산호로, 수백 년에 걸쳐 살 수 있다. 조건이 맞으면 매년 10~20센티미터씩 자라나면서 지름이 수 미터에 이르는 빽빽한 수풀 형태를 이뤄 산호초에서 사는 물고기들에게 수없이 많은 숨을 구멍을 제공한다. 큰사슴뿔산호는 큰사슴(엘크)의 뿔을 닮은 두껍고 튼튼한 가지를 뻗는다. 둘 다 모두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서 무성생식으로 번식시킬 수 있다. 산홋가지 한 조각이 산호초에서 떨어져 나온다고 해도, 바위에 붙어 새 군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사슴뿔산호의 가지들은 정사각형의 대나무 틀에 고정되어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얻는다. 대나무 틀은 몇 년 지나면 썩어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잘 얽힌 산호 밭이 남게 된다. 대나무 틀이 분해된 뒤에도 산호들이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산호초 구조를 만들어 같이 번식하도록 하는 것이 활동가들의 목표다. 매년 약 7천 개의 산호 개체들이 새로운 곳에 이식되고 있지만, 비르디스와 팀원들은 향후 5년간 10만 개의 개체를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호초를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는 유전적 다양성이 필수다. RRFB는 사슴뿔산호 50종과 큰사슴뿔산호 50종을 보유하고 있다. 각 품종은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다. 이를테면 질병에 강한 품종도 있고, 열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생장 속도가 빠른 품종도 있다. 수중 양육 시설 내의 구조체마다 한 품종의 산호만을 키우고 있다. 비르디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다양성을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괴된 산호초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산호 종류와 품종을 확보해야 회복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산호를 번식시키기 위해 만든 나무 모양의 구조체에는 마치 잔디 사이사이에 나는 잡초처럼 매일같이 산호의 경쟁자인 해조류가 자라난다. RRFB는 다양한 연구 활동을 벌이지만, 단순하게 구조체에 해조가 있는지 살피고 매주 구조체를 청소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조류 싹을 자라는대로 내버려두면 기껏 살려낸 산호들이 질식해 죽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자원봉사 잠수부들과 함께 산호 개체의 질병이나 파괴 상태를 확인하는 건 물론이고 해수 샘플을 채취해 깨끗한 바닷물을 만드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삶을 터전을 잃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산호를 살려내는 일은 사실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바다 생물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드넓은 바다를 살리는 일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키워낸 산호가 언젠가는 좀 더 나은 지구 환경에 일조할 것이라 믿으며 매일 바다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