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은(유비온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코로나19로 교육 전반에 반강제적 변형이 이뤄졌다. 대학 등 일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초·중·고교 및 평생교육 현장까지 확대되면서, 미래 교육의 지향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학자 로저 제임스 해밀턴은 2024년에 인류가 인터넷 환경보다 가상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 예측했고, 또 다수의 전문가들이 2020년대의 ICT(정보 통신 기술) 패러다임으로 메타버스를 꼽았다.
교육적 측면에서 메타버스가 지닌 장점은 ‘실재감’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한 주관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강의 참여’ 버튼을 클릭해 수업을 듣는 기존 온라인 수업 방식은 학습자가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 반면,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 학교를 구현할 경우 학습자들은 자신을 대리하는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교문을 통과해 교실에 들어가는 등 대면 상황에서 하던 행동을 할 수 있다. 우주정거장 탐험과 고대 유적 탐방처럼 현실에서 불가능한 경험, 의학 교육과 비행기 조종 등 실수나 사고 발생 위험성이 큰 교육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은 학습자가 중도 탈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메타버스 기반의 환경에서 학습 경로를 못 찾거나, 학습에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메타버스 교육에 알맞은 환경을 갖출 수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학습자의 나이가 어리다면 아바타에 과하게 몰입하거나 스마트 기기에 중독될 위험이 있다. 메타버스 환경 내 예절, 즉 ‘메티켓(metiquette)’에 대한 인식이 우선시되지 않으면 윤리적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메타버스 기반 교육이 학교 수업을 비롯한 기존 교육을 대체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팬데믹 시대에 등장한 ‘학교가 멈추니 학교가 보였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환경의 변화는 학교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다양한 대체재가 생겨났지만,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닌 교육적 의미는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변화의 흐름에서 교육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한 시도와 대안 모색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이테크’에 치우치기보다는 ‘하이터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