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관련 문제는 이제 인류에게 위기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궁극에는 식량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 54일간 이어진 장마로 일부 햄버거 브랜드가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에는 갑작스러운 한파와 각종 병해 등으로 양상추 없는 햄버거가 제공되었다. 비단 국내 문제가 아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식량 자급률 45.8%, 곡물 자급률 21.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곡물 수요의 약 80%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기후로 인해 식량 생산이 줄어든다면 해외에서 곡물을 들여오지 못해 먹고 사는 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회 백신’과 체내 항체 생성을 위한 ‘화학 백신’접종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생태 백신’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사용 자제, 쓰레기 분리배출 등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긴 하다. 하지만 생태계를 대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생태계는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먹고, 입고, 사용하는 수많은 것들의 원료가 생태계에서 비롯되며 인간 또한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존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단체 ‘옥스팜’이 2021년 9월 한 달 동안 ‘세컨드핸드 셉템버 캠페인’을 진행했다. 필요한 물건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 이미 생산된 물건으로 살아보자는 캠페인이었다. 피폐해진 지구 생태계, 고갈된 자원, 넘쳐나는 쓰레기에 대해 고민하며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는 각자의 소비 생활을 되돌아보며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제안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라는 천편일률적 목표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는 옷, 자동차, 집 등을 토대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소유에 집착하기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그 고민이 결국 우리를 ‘좋은 삶’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