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는 중이다. 과거에 반려동물 입양 및 관련 용품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용품의 종류가 많아졌고 ‘펫시팅’ 등 관련 서비스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동시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동물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3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유기 또는 유실되어 동물 보호소로 구조되고 있다. 2021년 2월부터 시행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을 유기할 경우 3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실제로 처벌받는 사례는 드물다. 동물 등록이 의무화되었지만, 분실 우려가 큰 외장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유기 동물을 발견하더라도 보호자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문화가 확산된 건 사실이다. 2013년에 시작된 유기 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이용자는 현재 40여 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동물을 대하는 인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유기 동물을 입양할 때, 마치 펫 숍에서 동물을 고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인기가 많은 품종이거나 나이가 어린 경우 비교적 쉽게 새 보금자리를 찾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입양되지 못해 결국 안락사당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활환경과 패턴, 경제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품종만을 생각하며 유기 동물을 입양하면 결국 또 다른 유기를 야기할 수 있다.
유기 동물을 향한 관심을 악용한 신종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는 펫 숍이 그중 하나다.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파양하는 경우 보호 비용과 치료비를 청구하고,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을 보낼 때도 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유기 동물에게 가족이 되어주려는 사람들을 속인 채 다른 동물을 분양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동물 보호소라는 명칭을 상행위 홍보에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인간이 주도하는 세상이지만, 인간만을 중요한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인간에게는 반려동물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권리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