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공생을 위한 22가지 질문 주4일제

 

주4일제는 제20대 대선 후보 심상정, 이재명의 발화로 주목받았다. 나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주4일제가 시행되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될까? 주52시간제가 사업체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된 것을 상기한다면, 당신이 어떤 회사에 다니고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에 따라 당신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만약 대기업 사무직 종사자라면 가장 빠르게 주4일제의 혜택을 볼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에 4일만 일하게 될 것이다. 일주일에 4일간 일하는 대신, 하루에 더 긴 시간을 회사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당신이 양육자일 때 생긴다. 당신이 야근하는 동안 당신의 아이는 누가 돌보게 될까? 만약 당신이 중소기업 종사자고, 그래서 주4일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주4일제에 돌입할 것이고, 그래서 당신이 일하는 날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아이는 누가 돌봐야 하는가. 누군가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이상적 노동자’가 아닌 이상, 하루 노동시간이 아니라 노동 일수를 줄이는 노동시간 단축은 돌봄 공백을 의미한다. 당신이 엄마라면, 아마도 당신은 돌봄이 비어 있는 시간을 메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힌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을 이탈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주4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주52시간제가 모든 노동자에게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포괄임금제의 모호성 탓에 지금도 노동시간 단축의 규제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따져보면 사실상 지금도 누군가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포괄임금제와 낮은 기본급 등의 급여 체제를 규제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