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나(<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코로나19 이후 2030 여성의 자살률이 더욱 높아졌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2030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불안한 위치를 점한 집단 중 하나다. 나는 꽤 긴 기간 동안 우울증을 가진 젊은 여성들을 취재했고, 그 결과로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펴냈다. 책을 쓴 과정만큼이나 출판된 이후 책이 불러온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크게 두 가지 반응을 자주 마주했다. 첫째는 타인의 고통을 읽느라 고통스러웠다는 반응이고, 둘째는 주변의 우울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냐고 묻는 반응이었다. 이러한 반응을 접하며 죄송한 마음과 희망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모으고 책으로 펴냄으로써 사람들을 고통에 연루시켰다는 사실이 죄송스러웠고, 그러면서도 기꺼이 연루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보는 것이 희망적이었다. 우리 주변엔 늘 아픈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보는 눈’이 이들에게 생긴 것이다. 도나 해러웨이는 책임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ponsibility’를 반응하는 능력(response + ability)으로 봤다. 책임감이란 타자에 대해 책임 있게 반응하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고통에 반응하는 일은 대단히 두려운 일이다. 필연적으로 나 역시 고통을 경험하게 되니까. 그리하여 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울, 불안, 분노, 트라우마 등 부정적이라고 여기는 경험을 하는 타인의 고통에 책임 있게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하면 나의 일상을 지킬 수 있을까? 이것은 나와 타인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고지만 나와 내 안의 고통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행복을 위해 고통을 치우지 않고, 고통에 반응하면서도 행복을 밀어내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는 공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