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며 항공 산업 생태계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주 분야는 언뜻 팬데믹과 상관없어 보이기도 한다. 우주에는 대부분 무인위성을 보내거나 사람을 보내더라도 매우 엄격한 선발 과정과 건강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 중증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산소가 필요하다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액체산소를 필요로 한다. 의료와 액체연료 로켓 둘 다 고순도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의료용 산소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로켓 추진에 쓰일 액체산소 확보가 어려워지고 발사 일정 지연으로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인간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하므로, 기술적으로는 무관해 보이던 우주 분야도 의외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의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를 위한 액체산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전자현미경을 써야 보일 정도로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과 경제를 세계적 규모로 뒤흔들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항공 및 우주 분야에서는 미래를 향한 투자와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인류 지속성과 환경보호를 고려하는 방향으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테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또는 수소 사용 항공기, 탄소 제로 실현을 위한 지속 가능 항공유, 현존 화석연료 사용 항공기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를 위한 비행경로 최적화 등이 시도되고 있다. 한편 우주 파편(쓰레기)으로 인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가 위성 요격 무기 시험을 위해 자국 위성을 파괴하고 이로 인한 파편 발생과 그 후속 피해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렇듯 위성 및 우주정거장 개발과 관련 로켓 발사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우주 파편 해결책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 환경 산업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향후 한 세대 안에 우주 관광이 활성화되고, 우주 환경에서의 집단 거주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주 환경에서의 집단 거주가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를 탄생시킬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인류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