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시사IN> 기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저자)
대기업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8.9, 중소기업 정규직은 57.3,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4.5다. 남성이 100을 벌 때, 여성은 69.6을 번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OECD 평균보다 높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32.9%에서 2021년 38.4%로 높아졌다.
그동안 불평등 해소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추진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불평등을 어느 정도 완화했지만(고용에 미친 영향은 논쟁적이다), 주휴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1백50만 명을 넘어섰다. 공공 부문에서 2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정규직화되었지만,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에선 뚜렷한 진전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까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지금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어느 기업에 다니느냐,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에 따라 임금이 크게 다르다. ‘우리 산업에서 이 일을 하는 이 정도 숙련된 사람은 얼마를 받는다’는 원칙을 해당 산업의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가 만들어간다면, 기업 규모나 고용 형태별 임금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도 매우 고무적이다.
다른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한 연대 임금 정책이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은 일정 정도 억제하고, 그 대신 영세 하청업체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만큼의 임금을 줄 수 없는 기업의 노동자는 직업훈련을 받아 다른 일자리로 옮겨간다. 이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하지 않아 산재를 일으키는 중소기업 문제를 푸는 해법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 그리고 대면이 많은 직종에서 일하며 자녀가 있고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