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가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열린다. 미술 작가의 삶을 살아갈 거라곤 꿈에도 상상해본 적 없는데, 생각지 못한 우연을 통해 페인팅을 시작했고 전시도 진행하게 되어 매우 감사하다. ‘New Normal’, ‘Poetry’, ‘Song’, ‘Self Denial’이라는 네 가지 시리즈로 나뉜 작품 80여 점을 전시했다.
미술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언가? 오랜 기간 음악을 하다 보니 매번 비슷한 공연장에 서게 됐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커와 아크릴 등으로 직접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고,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도 행복을 느꼈다. 최근 코로나19로 음악 활동이 줄어들어 그림을 자주 그리기도 했다. 의도한 건 하나도 없다. 내 삶에 흔적을 남기는 작은 것들에 집중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창작 과정에서 생긴 여러 질감이 살아 있는 듯하다. 내 창작 방식에 직접 ‘Dub Da(덮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cover it up’이나 ‘paint it over’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덮다’라는 한글을 영어로 표기했을 때 이번에 전시한 작품들이 더 잘 표현되는 듯하다. 내 감정이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록의 흐름에 따라 색을 정하고 페인팅 나이프, 종이, 붓 등을 사용해 캔버스 위를 덮어나간다. 그 과정에는 나도 모르는 어떠한 패턴으로 즉흥과 의도가 섞여 있다.
창작 과정에서 무엇을 중시하나? 균형과 질서다. 이것들이 없는 세상은 카오스에 가까울 테고,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넘어지기 마련이다. 작업할 때도 작품 안에서 균형과 질서가 잘 잡혀 있는지, 그리고 그 균형과 질서가 나라는 생명체에서 시작된 새로운 것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가능한 선 안에서 가장 나다운 창작물을 마음껏 만드는 것’이 창작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명을 통해 ‘당신은 남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개인전이 관람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나? 전시명이 던지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페인팅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 의도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의 노력을 다해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답을 찾는 여정을 채워갈 수 있다. 작품을 만들며 택하고 칠한 색이 캔버스에 어떠한 형상으로 나타나듯 삶이 좀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 때문에 우리는 분별력과 정체성을 잃고 있다.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아 마음 깊이 느끼는 방법을 다시 기억해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이 자신만의 색을 지닌 행동으로 나타나길 바란다.
마이큐 :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장소 이길이구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35)
기간 3월 13일~4월 23일
문의 02-6203-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