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JTBC 새 드라마 <언더커버>가 첫 방영 됐죠. ‘언더커버(Undercover)’란 특정한 목적으로 신분을 위장, 단체나 조직에 잠입하는 이를 일컫습니다. 제목 그대로 <언더커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안기부 공안 요원 이석규로서의 삶을 버리고,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한정현은 인권 변호사인 아내 최연수가 공수처장 후보에 오르며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갑자기 몰아친 폭풍 속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와 감춰진 진실에 다가가는 그녀. 신뢰와 거짓, 정의와 위선이 얽히고설키는 모습이 총 16화에 걸쳐 전개될 예정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2016년 방영된 동명의 영국 BBC 드라마를 원작으로 합니다. 지난해 JTBC에서는 역시 BBC 드라마인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를 선보인 바 있죠. <언더커버>는 미묘하고 치명적인 부부 스릴러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원작과의 비교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겁니다. 1화에서부터 이미 다양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거든요.
6부작으로 첫 번째 시즌을 마친 영드
VS
풍성한 인물과 이야기로 구성된 16부작 한드
원작은 총 6부로 첫 번째 시즌을 마쳤습니다. 최종화는 남편 닉이 아내 마야에게 정체를 들킨 후 고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죠.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는 호평을 받았습니다만, 그로 인해 많은 부분이 생략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다행히도, 리메이크작의 연출을 맡은 송현욱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원작에서는 남자주인공이 거대한 세력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는 생략돼 있지만, 우리는 그 지점을 주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원작의 시즌 2와 3을 한꺼번에 담았다고 생각해도 좋다”고 말이죠. <언더커버>에서는 현재의 한정현과 최연수는 지진희와 김현주, 과거의 이석규와 최연수는 연우진과 한선화가 맡았습니다. 꽤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각기 다른 배우가 과거와 현재를 연기함으로써 시대적 상황과 캐릭터의 심리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은 자명한 효과일 테죠. 두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인물까지 보강되면서 극의 개연성 또한 충분히 확보됐어요.
폭발적인 부부 케미 원작에서 주인공인 닉 존슨과 마야 코비나 역할을 맡은 에드리안 레스터와 소피 오코네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극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각자의 입장에 서서 속이고, 또 배신당하는 심정을 헤아리게 하죠.
이들의 연기력과 케미도 훌륭하지만, 벌써 세 번째 만나는 지진희와 김현주의 시너지는 원작을 뛰어넘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믿보배’로 손꼽히는 이들은 2004년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와 2015~2016년 <애인있어요>를 거치며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었죠.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들은 관록 있는 연기로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동시에 마치 진짜 20년 차 부부처럼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극 중 부부 사이에 깊은 신뢰가 깨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받는 충격은 배가 되겠죠.
흑인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마야
VS
약자를 위하는 인권 변호사 연수
<언더커버> 제작진은 원작의 결을 살리면서도 한국 실정에 맞춰 시대적 배경을 변주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원작에서는 영국 내 인종 갈등에 주목해 마야가 온 힘을 다해 흑인 인권을 지키고자 한다면, 한국에서는 80~9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겪은 연수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약자와 억울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싸우는 것이죠. 고작 스무살에 사법고시를 패스할 정도로 수재인 연수. 소위 말하는 ‘성공’을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지만, 늘 자신의 신념이 우선입니다. 29년간 변호하고 있는 안기부 공작 피해자 황정호를 처음 만났을 때 건넨 말이 이를 대변하죠. “맡겨주세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절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정현과 연수. <언더커버> 첫 회는 정현에게 총을 겨눈 채 도대체 당신은 누구냐고 절규하는 연수를 비추는 것으로 혼돈의 서막을 엽니다. 첫 장면에서 중요한 패를 먼저 내보이는 자신감이라니. 과연 정현과 연수는 사랑과 정의를 지킬 수 있을까요? 정치적 음모에 휩쓸리는 부부의 치열하고 지난한 여정이 예측되며 기대감이 한껏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