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프로젝트 장진승 형과 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데, 음악과 미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취향이 비슷하다. 어릴 때 디깅을 하던 음악이 비슷했는데, 당시엔 지금처럼 스트리밍이 활발하던 시기가 아니라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음악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직접 만들자는 생각으로 ‘브뤼더샤프트’라는 팀을 만들어 음반을 냈다. 브뤼더샤프트는 독일어로 형제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장진택 둘 다 본업은 미술 쪽이다. 나는 미술 비평 글을 쓰거나 큐레이팅 일을 하고, 동생은 미디어 아티스트다. 아무래도 미술 쪽 일은 원래 각자 하던 일이라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둘이 협업해 완성한 작품도 몇 있다. 다만 둘이 같은 위치에서 출발한 음악 작업과 달리, 미술 작업은 서로의 작업을 보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형제가 협업을 한다는 것은 장진승 서로의 미적 감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아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있긴 하다. 각자 원하는 부분을 맞춰가는 부분에서 협업의 재미와 고충이 공존한다. 장진택 초반에는 가족이 아닌 동료로 대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우스갯소리로 자식도 옆집 자식처럼 대하면 서로 아무런 다툼이 없을 거란 얘기가 있지 않나. 가까운 사이라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서로를 워낙 잘 알다 보니, 간과하게 되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관계 정리는 가족 같지 않게, 한 사람의 협업자로서 의견이나 스타일을 존중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가족일 때와 동료일 때, 관계성의 차이 장진승 요즘은 워낙 일로만 만나서 서로 가족으로 대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관계성은 일을 하든 안 하든 늘 내재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할 때는 서로를 좀 객관적으로 보려는 편이다. 장진택 안타까운 건 영원히 일반적인 형, 동생 관계로는 못 돌아갈 거란 점이다. 분야도 같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하다 보니, 형제 관계로 바라보지 못한 지 오래됐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래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 것 같다.
외부의 시선 장진승 생각보다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반대로는 디자인, 패션, 순수예술 분야를 재미있게 아우르고 그 안에서 열심히 해나가는 형제가 있다는 걸 반가워하며 그 이유로 기회를 주거나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덕분에 둘이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었다. 장진택 일을 할 때 형제임을 드러내지 말아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건 타인이 어떻게 바라봐주느냐에 따라 선택하는 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함께하면서 내는 시너지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얼마나, 어떻게 공정하게 획득한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있을 땐 굳이 형제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의 작업물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 앞에선 굳이 숨기지 않는다.
언젠가 우리 둘이 장진택 요즘 예술 영역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스튜디오를 꾸미거나 집단 활동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이미 모여 있는 거니까, 우리가 구심점이 되어서 재미있는 사람들과 함께 스튜디오나 아티스트 컬렉티브를 운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나 영감을 찾아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그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큰 판이나 장을 정해놓고 무엇이든 자유롭게 교환하면서 서로 좋은 동력이 될 수 있는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부러울 때는 장진승 기획과 관련한 부분. 형이 나보다 나은 부분이 일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결단이 빠르다는 거다. 나는 혼자 갇히는 스타일인데 반해, 형은 일을 이끌어가는 힘이 강하다. 장진택 일단 외모.(웃음) 동생이 뉴미디어 아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굉장히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든 익숙한 매체가 있고, 언제나 그것을 가장 먼저 활용하려는 본능이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친구는 이런 관성을 타파하는 면이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빠르고 거침없다. 생경한 것을 빠르게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런 부분에서 작업을 할 때 의지하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많다.
따로 또 같이 장진승 매번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고 각자의 일도 있으니, 그 부분은 개인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간혹 무엇을 하든 형제로 뭉뚱그려지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각자의 작업이 더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진택 앞으로는 같이하는 건 아예 정해 놓으려고 한다. 각자의 일에 관해서는 서로 도움을 구하는 데 거리낌이 전혀 없는데,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아예 터치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일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다.
서로의 일과 삶을 지지하며 장진택 같은 영역에서 일하면서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든든하다. 나처럼 글을 쓰고 기획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이가 가까이에 있다는 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이런 면에서 서로를 늘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장진승 지금 내가 하는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종종 더 큰 시각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하면서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표현은 안 했지만 협업하면서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가족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장진택 할 수만 있다면 굉장히 좋은 기회고 큰 축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시도한다고 할 때 추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결말을 알 수 없기에 확답을 줄 순 없지만, 어쨌든 또 다른 방식의 행복을 얻을 거라고 말하겠다. 물론 안 할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