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 아티스트 포인트오브뷰 TheShapeOfThings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자주 쓰는 노트, 아침으로 준비한 요거트와 빵과 과일,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 아티스트 사키의 작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에서 오늘 따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발견할 때, 그는 색연필이나 크레용을 들고 그림을 그린다. 오직 ‘좋은’ 마음만을 담아. 어둡고 답답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알록달록한 빛을 보내는 아티스트 사키를 그가 좋아하는 문구점이자 그의 전시 <The Shape of Things>의 전시장인 포인트오브뷰에서 만났다.

 

사물의 형태와 사물이 놓인 풍경을 포착한 프로젝트 <The Shape Of Things>의 전시 공간이 종이, 필기구, 오브제 등으로 가득한 문구점입니다. 전시장도 그렇지만, 작품과 사물을 따로 두지 않고 공존하게 하는 방식도 생경하면서 흥미로워요. 제가 문구류를 좋아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 중에 포인트오브뷰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많아요. 이런 것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도 있고요. 그래서 전시 방식도 작품을 자연스럽게 사물 근처에 두는 게 좋겠다 싶었고요. 여러모로 평소 작업 스타일과 맞닿은 지점이 많은 곳이라 즐겁게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The Shape Of Things>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사물의 면면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의도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작업하던 것들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이를 살펴보니 풍경도 있지만 사물을 관찰한 게 많더라고요. 항상 테이블에 앉아서 작업을 하니까 그 시선에서 보이는 물건을 담는 경우가 있고, 길을 걷다가 눈길이 가서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 역시 사물일 때가 많아요. 그걸 모았더니 이런 타이틀이 만들어진 거죠.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어지는, 작업을 하게 만드는 사물의 공통점이 있나요? 우선은 색이요. 사물이 지닌 색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에요. 하나만 볼 때도 있지만 여러 물건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같이 놓여 있을 때도 시선을 두는 편이고요. 다만 의도적으로 예쁘게 놓으려고 애쓴 건 마음이 가지 않아요.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놨는데 색이나 형태의 조합이 새롭게 보일 때 포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의 발견은 아티스트 사키의 작업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해요. 제 성향이자 취향인 것 같아요. 큰 목표를 세우고 대단히 멋있는 걸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런 방법이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세팅하는 것에도 크게 감흥을 못 느끼고요. 어쨌든 주변에는 제가 좋아해서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는 물건들이 즐비하고,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있는 모습을 볼 때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돼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건 그림의 형태에도 반영된 결과일까요? 대부분 직선적이거나 뚜렷하지 않은 형태를 띠어요. 네. 어떤 사람들이 보면 덜 그린 그림인가 싶을 정도로 과정에서 생략을 즐겨요. 완성된 형태로 그릴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부분은 덜어내는 게 더 좋아요. 아마 제가 세밀하게 관찰한다기보다 순간에 느껴지는 인상을 포착하는 터라 그런 것 같아요.

색의 조합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빨강, 노랑, 파랑, 주황, 초록 등 작품에 굉장히 다양한 색이 등장해요. 평소에 색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는 그게 특이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이 역시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색을 쓰는 편이에요. 다만 블랙을 제외하곤 본능적으로 어두운 계열은 사용하지 않아요. 그 자체로 존재감 있는 색을 선호하고, 여러 색이 섞였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요.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색이 있나요?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많이 쓰고, 분홍색도 즐겨 써요. 약간 유아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옷도 예전에는 블랙이나 네이비 위주로 입었는데, 요즘은 밝은색만 입어요. 그땐 회사를 다녀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요.(웃음) 평소에 사는 소품도 밝은색 위주예요. 집이 알록달록해요.

일러스트, 회화, 타이포그래피, 콜라주 등 쓰는 매체나 방식이 다양한 편이에요.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어떤 표현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지를 더 고민해요. 매체를 설정하고 시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동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 방법을 결정해요. 도구 역시 색연필이나 크레용, 물감 등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각각의 물성과 질감이 달라서 그때마다 완성된 후의 질감을 생각하면서 골라요.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건 휴대하기에도, 사용하기에도 편한 색연필이고요.

새로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이 있다면요?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더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손으로 직접다 그리거든요. 이 방식은 계속 가져가되, 이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누군가는 작품으로 작가를 추측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품과 닮아 있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무겁거나 심각한 것보다는 가벼운 걸 택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도 할 수 있겠어요. 예를 들어 최근에 재미를 붙인 취미가 요리인데, 그렇다고 레시피를 탐독해서 대단한 요리를 하기보다 쉬운 요리를 기분 전환 삼아 하는 편이에요.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은 거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게 제 삶의 목표예요. 물론 그렇게만 살 수 없겠죠. 그렇지만 최대한 제가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쓰고, 그리고,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눈에 들어온 사물 혹은 풍경이 있었나요? 좀 전에 얘기한 대로 요즘 요리에 빠져서 주방용품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얼마 전 주물 냄비를 샀는데, 이 외에도 재미있는 물건이 많더라고요.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이걸 소재로 그린 그림도 있어요.

 

 

스스로 기민한 사람이라 여기나요? 흔하고 예사로운 것에 시선을 두는 건 어떻게 보면 쉽게 보일지 몰라도, 실은 일상을 꽤 기민하게 바라봐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글쎄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요. 누구나 일상에서 별것 아니라도 좋거나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걸 보고 어떤 사람은 노래로 만들고, 누군가는 일기를 쓰고, 아니면 인스타그램을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만 남길 수도 있고요. 저는 그걸 그림을 남긴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해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조금의 미움도 없이 곱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채운 세계 같다고 할까요. 사키의 세계에 존재하길 바라는 감정이 있나요?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리기 때문인지 그림에 부정적인 생각을 담아본 적이 없어요. 어떤 순간보다 작업할 때 가장 기분이 좋고요. 물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걱정이 많을 때도 있지만 그릴 때만큼은 기분이 좋아요. 그게 작품에 실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