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207번길 2-2
인스타그램 @househaseoju
비용 1박 25만원(평일)부터 27만원(주말)까지(3인 이상 이용 불가)
서울에서 KTX를 타고 2시간만 가면 다다를 수 있는 강릉은 짧은 휴가 기간에 훌쩍 떠나기 좋은 여행지 중 하나다. 강릉역에 내린 후 차를 타고 2~3분 이동하니 ‘하우스하서주’의 입구가 보인다. 플로리스트 전다솜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숙소다. “어릴 때 강릉에서 살았고,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해 건축을 전공했어요. 4학년 때 갑자기 다른 일이 하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왔고요. 그때 살던 집 화단에 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본 후 플로리스트의 꿈을 키웠어요. 지금은 강릉에 정착해 ‘디스베리데이’라는 플라워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처음부터 숙소 운영을 계획한 건 아니다. 서울의 집 값이 오르며 사람들의 관심이 지방으로 향하자 ‘강릉이 고향인 사람들이 거처를 구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비교적 저렴한 구옥을 서둘러 사들였다. 이후 본인이 거주할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지 고민하던 끝에 숙소로 꾸미기로 결정했다. 그는 ‘강릉의 숙소’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신라시대에 이 일대를 부르던 명칭인 ‘하서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 구옥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었다. 한옥 본래의 멋을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낡은 집인 터라 기초공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물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와 대신 철제 박공지붕을 얹고, 단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외풍이 세 상대적으로 춥잖아요. 그래서 천장과 벽, 창문 프레임 등 전체적으로 단열재를 새로 넣었어요. 다행히 지난 겨울에 따뜻하게 머물렀다는 투숙객이 많았어요.” 보강을 마친 후, 호스트는 ‘1970년대 미국의 가정집’을 컨셉트로 인테리어를 했다. 원색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반영하되, 채도를 낮춰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다. 매력적인 색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그가 플로리스트로 일하며 컬러리스트 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덕분이다. 여러 가지 색이 있으면 투숙객의 눈이 편안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거실이나 서재의 벽면에 원목을 덧댔다. 그는 원하던 분위기가 가장 잘 구현된 곳으로 주방을 꼽는다. “주방은 무조건 레몬색과 복숭아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공간 디자인을 할 때도 주방을 제일 먼저 생각했고요. 싱크대를 새로 만들었고, 창문의 크기도 알맞게 줄였어요. 빈티지 숍에서 발견한 꽃 모양 조명과 직접 수집한 머그컵들도 가져다 놓았죠. 여기에 온 영혼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독특한 소품과 가구는 주방은 물론 숙소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현관 옆에 놓여 있는 2개의 빈티지 의자는 호스트가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제품으로, 숙소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큰돈을 들여 장만했다. “숙소를 준비하는 걸 계기로 쇼핑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평소 가지고 싶었던 물건들을 마음껏 샀거든요. 하우스하서주를 구경하러 온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전다솜 같은 공간이다’예요. 이곳이 저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칭찬이죠. 가구와 소품을 준비할 땐 제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사용할 만한 제품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투숙객이 체크인하기 전, 호스트는 거실 테이블의 화병에 직접 꽃을 꽂아둔다. 어느 장소든 생화가 있으면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는 그는 다양한 색, 독특한 종류의 꽃들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손님을 위해 준비하는 건 생화만이 아니다.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오브더모먼트’에서 만든 스콘이나 쿠키 그리고 드립 커피까지 제공한다. “볕이 좋은 오전에 마당에서 티타임을 즐겨보길 권해요. 재래식 화장실과 창고가 있던 빈 공간에 알록달록한 스툴을 놓아두었어요. 주변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건물들이 높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요. 건물들의 외벽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어 그 풍경이 오히려 예뻐 보이기도 하고요.”
주변에 맛집이 많은 것 또한 하우스하서주의 장점이다. “요즘 강릉에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식당이 많이 생겼어요. 음식과 술을 구매해 숙소에서 예쁘게 차려 먹으면 일상을 벗어난 느낌이 들 거예요. 이 공간이 실내에만 머물러도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길 바라요.” 이곳을 찾아왔던 손님들의 여행 후기는 서재 책상에 놓인 방명록에 남겨져 있다. 그 기록과 주인장이 직접 적어놓은 답글을 읽는 것도 하우스하서주를 만끽하는 방법 중 하나일 듯하다.
하우스하서주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브더모먼트는 1940~60년대 빈티지 가구와 조명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예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에스프레소 목성과 아인슈페너를 꼭 맛보길 권해요. 예쁜 그릇과 테이블웨어에 관심이 많다면 르봉마젤을 찾아가보세요. 매력적인 소품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카페 겸 숍이에요. 해산물 오일 파스타와 채끝 등심 스테이크 등 이탈리아 가정식을 선보이는 두에시스, 제 지인들이 강릉으로 놀러 올 때마다 항상 데려가는 강릉전집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