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키미’, 글을 쓰는 ‘일이’로 구성된 부부 창작자 ‘키미앤일이’가 신간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를 선보였다. 3년 전 채식을 시작한 두 사람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를 담은 에세이다.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어 비건이 되었다는 이들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키미앤일이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는 3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초보 비건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채식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채식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어요. 과일과 채소를 고기보다 좀 더 좋아하는 정도였죠. 우유, 달걀, 치킨 등의 음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먹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쯤 자연스럽게 비건이 모든 이야기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요? 이전에 냈던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일상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는 비건 식생활을 주제로 다루는 만큼 약간의 부담을 갖고 공들여 작업했습니다. 비건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해 채식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지고 싶었어요.
새롭게 깨닫게 된 채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3년째 채식을 하고 있지만, 신체적으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중이에요. 육식을 완전히 끊는다는 것이 힘겨운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채식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더 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식생활을 바라보게 되었죠.
- ⓒ키미앤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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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맛있게 먹었던 채식 메뉴를 소개해 주세요. 어제 먹은 가지볶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기름진 음식은 멀리하려고 하지만, 파기름을 듬뿍 낸 다음에 된장과 고추장과 함께 볶아낸 가지볶음은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는 초식 동물과 닮아서>에도 두 가지 채식 레시피를 담았어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이를 참고해 만든 요리를 사진으로 찍어 독자 후기에 올려주신 분이 있었어요. 그 후기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문장과 그림이 궁금해요. “서로를 사랑하며 배운 감정들이 채식에 닿았고 채식은 우리에게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만든다면 이 문장이 될 것 같아요. 그림은 141쪽에 있는 ‘아침과 밤’을 골라봅니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아침의 빛과 밤의 어둠을 좋아해 애착이 가네요.

ⓒ키미앤일이
인스타그램에도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채식 이야기’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동물, 지구, 날씨와 계절, 땅, 사람.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이 채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채식에 대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끝에는 다 사랑이 있더군요.
채식을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하루에 한 끼는 무조건 채식할 거야!” 같은 목표는 성과를 달성하기엔 좋을지 모르겠지만, 때론 목표가 목적을 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부담이나 강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채식은 건강하게, 오랫동안 지속할 때 더 멋진 식생활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