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던지 이력서 준비가 가장 먼저다’ 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어요. 졸업하고 취업 준비할 때 이후로 이력서를 써본 적이 없어서 요즘은 어떤 이력서가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력서를 어디에 낼 것인 지가 중요해요. 아직 어떤 업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리크루팅 사이트나 헤드헌터에게 전달할 범용적인 이력서가 좋아요. 범용적인 이력서를 쓸 때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업무를 디테일하게 작성하고, 그 중 특히 잘 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까지 커리어 히스토리를 작성할 때에는 가장 최근 직장과 업무를 첫 번째 순서로 쓰고, 역순으로 첫 직장까지 써야 합니다. 사실 구인하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니까요.
만약,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와 업무가 있다면 범용 이력서를 다시 편집하는 편이 좋습니다. 채용공고를 정독하고, 채용공고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업무 스킬에 대한 부분에 내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 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요. 단순 회사명과 직급만 쓰는게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건 어떤 업무인 지를 강조해서 써야 구인하는 회사에서도 포인트를 잡을 수 있어요. 이력서에서 해당 부분을 강조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이력서를 읽는 사람의 시각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자 한자 정성껏 최선을 다해 작성해야 후회 없을 거에요.
내가 한 일을 가로채서 자기가 이룬 성과처럼 칭찬 받는 상사가 싫어요. 정작 상사는 제가 한 일을 어필해주기 위해 그랬다고 말하지만 막상 인사 평가할 때 보면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되더군요. 하지만 업무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혼자 쏙 빠져 나가요. 제가 한 일을 당당하게 인정받으려면 뭘 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윗사람 없이 팀장님에게 직접 보고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뭐라고 어필하지 않아도 맡은 일을 조용히 잘하는 사람들을 알아봐 주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준다면 참 좋을 텐데요. 다들 제대로 봐줄 생각은 없는 건지, 윗사람에게 어필을 잘하는 것만으로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요. 그리고 아랫사람이 일을 잘하는 걸 어필해주는 것도 윗사람이 유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하죠. 하지만 언제까지 억울함을 참을 수 없으니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말씀하신대로, 윗사람을 빼고 팀장에게 직접 보고를 갑자기 한다면 의도와는 다른 평가를 받을 지도 몰라요. 차라리 상사와 팀장까지 함께 배석하는 미팅을 진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업무 오더를 받을 때에도,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내용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도 모두 3명이 모인 미팅에서 하는 거에요. 메일이나 서면 보고가 훨씬 간단하고 업무 효율이 좋겠지만, 일단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온 일들이 다 내 손을 거쳤다!’ 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미팅시 업무 진행 상황을 즉각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함께하는 미팅에서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다른 방향을 제안 하더라도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당사자 외에는 답하기가 어려울 테니, 프로젝트의 오너가 누구인지에 대해 팀장도 판단하기 쉽겠죠.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리게 되면, 그 후에는 팀장에게만 직접 보고하기도 자연스러워질 거에요. 일만 잘하면 되지 뭐가 이렇게 번거롭나, 다 귀찮다, 싶겠지만, 지금 그냥 넘어간다면 계속 같은 고민으로 괴로울 거에요.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아야 해요.
배우자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해서, 해외로 가게 되었어요. 언제 끝날지, 언제 한국에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저는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하기로 했어요. 여러 해 준비해 왔는데도 막상 결정되고 나니 제 커리어를 포기하고, 배우자의 커리어에 올인하는게 맞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이 있기까지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이제와 이런 고민을 하는 제가 바보 같기도 하고. 일단 따라가겠지만,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해온 제 커리어도 너무 아까워서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을 그만둬도 앞날에 대한 고민과 후회가 얼마나 많은데, 다른 이유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얼마나 속상하고 고민스러울 지 백번 이해가 됩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어도,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 한 마음 속 응어리 같은 게 잘 안 없어지더군요. 아마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두 분이 함께 구상한 미래를 위해 하나라도 더 좋은 점이 많은 선택을 했을 거에요. 지금은 자신과 배우자의 처음 결정을 믿고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없었던 시간, 정서적 여유를 충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리프레쉬 하시길 바라요. 코로나 시국이 저희에게 그나마 좋은 영향을 한 가지 줬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요. 예전에 디지털노마드가 한참 유행일 때도, 특별히 선택받은 몇몇에게만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비대면 근무를 일 년 이상씩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업무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 느낌이에요.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들도 더 많아졌을 거에요. 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억지로 쉬는 것도 못할 일이에요. 바뀐 환경에 적응 할 정도의 충분한 에너지를 쌓으신 뒤, 꼭 다시 일 하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