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 팡틴 포제르(Clos Fantine Faugeres) 2017
지난 가을 제주 여행 중 방문했던 프렌치 레스토랑 ‘르부이부이’에서 마주한 끌로 팡틴의 포제르 내추럴 와인을 새해 첫날 다시 마시고 싶다. 이 와인을 마시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던 제주의 밤이 그려진다. 평소 쿰쿰하고 펑키한 맛을 좋아해 쉬라와 그르나슈가 반반 섞인 와인을 선호하는데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끌로 팡틴이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진한 베리류의 향에 더해진 조금의 흙맛이 높은 산도와 타닌의 조화를 좋아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만족할만한 풍미를 지녔다. 제주에선 훈연한 오리 가슴살과 라따뚜이 그라탱과 페어링을 했지만 라면도 간신히 끓여먹는 나로선 새해 첫날, 가장 간단한 안주 하나를 두고 혼자 천천히 한 병을 비워낼 생각이다. 언젠가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성은비(스타일리스트)
돔페리뇽 P2(Plenitude 2)
아무래도 연말과 신년 파티 하면 생각나는 술 중 대표적인 것은 샴페인인 것 같다. 한 해를 시작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마시는 시원한 샴페인은 지난 해의 노고를 씻겨주는 느낌을 준다. 모임이 어려운 시기라 떠들썩한 파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연말을 열심히 일하며 보낸 나 자신을 위해 돔페리뇽 P2를 마시고 싶다. 돔페리뇽 P2는 일반 돔페리뇽보다 오랜 기간 숙성해 출시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만큼 더 깊고 미네랄리티가 풍부하게 느껴지고 일반 샴페인에선 찾기 힘든 고소한 풍미까지 지녔다. 좋은 술이니 근사한 한 상을 차려놓고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혼술의 시간을 기다리며 사놓은 하몽, 살라미, 치즈 등을 조금씩 꺼내어 놓고 좋아하는 영화 한편을 즐기며 마시는 것도 괜찮은 조합이지 않을까 싶다. 김지윤(쿡투게더 한남 대표)
더 피노 프로젝트(The Pinot Project) 2019
매년 새해 첫날이면 1년치 목표를 세워본다. 어쩌면 1년 중 가장 파이팅 넘치는 그 순간, 함께하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더 피노 프로젝트’가 아닐까.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피노누아 와인을 탄생시키자며 야심차게 시작된 프로젝트 와인인만큼, 탄생 배경부터 첫날의 기운과 잘 맞아떨어지는 데다 기분 좋은 과실의 풍미가 더 나은 2022년을 위한 나의 염원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것 같은 느낌이다. 손경원(씨에스알 와인 브랜딩팀)
술샘16 오미자
과하지 않은 단맛과 깊은 오미자의 향에 반해 새해 첫날의 술로 이미 몇 명을 구매해뒀다. 착신료나 인공향료를 첨가하지 않고 자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아낸 술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적당히 기분 좋아지는 도수와 단맛이 새해를 시작하는 모두에게 웰컴주로 건네고 싶어지는 술이다. 아직 전통주에 입문하지 못한 친구 몇 명을 초대해 도다리회와 꽃게탕 페어링으로 즐겨볼 생각이다. 장해인(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발베니(The Balvenie) 15년 싱글 배럴 셰리 캐스크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다. 첫 날의 밤이 오면, 발베니 한잔으로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고 한 해를 시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특유의 달콤함과 스파이시함이 적당한 균형을 이룬데다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인 발베니 15년은 왁자지껄한 연말 파티보다 덕담이 오고 가는 신년의 모임과 더 잘 어울린다. 첫날부터 숙취에 시달리는 일 없게, 딱 한 잔으로 새해를 기념하고 싶다. 채대한(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