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와 함께 보물 찾기 하듯 매력적인 독립서점을 여행하는 책 이야기, ‘서점으로 로그아웃’. #서점으로그아웃 시리즈의 두 번째 장이 펼쳐질 곳은 신당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소수책방’이다. 서점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책 사진과 문장만 가득한 인스타그램(@sosoobook)과 다른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더욱 빠져들게 될 거다. 이름처럼 소수의 취향을 탐하는 독립서점답게 서점답지 않은(?) 공간과 문학·예술 서적들, 눈요기할 수 있는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의 아지트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20길 26 2층
문의 0507-1303-2439
인스타그램 @sosoobook

 

 

 

소수:
①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 ②적은 수효.

‘소수책방’ 주인장은 소수책방을 이렇게 소개했다. “사람 스스로를 자신으로 나눈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아마도 생각이나 기억, 영혼 등이 남을 것입니다. 이것들의 총체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소수를 위한 책방. 자신을 찾아가는 책방. 소수책방입니다.”

 

어둑한 계단을 올라 2층의 투박한 문을 열면 푸른 조명으로 가득찬 숨겨진 공간이 등장한다. 그 다음 은은한 나무 향이 반기며 주인장이 나타나 “안녕하세요. 마실 것 좀 드릴까요?” 하고 책과 곁들일 수 있는 차와 맥주를 건낸다. 이를 거절하면 주인장의 끈기에 못이겨 에너지 드링크를 손에 쥐고 있을 거다. 벽을 가득 메운 책장은 단편 소설, 시집, 시론, 문학론, 미학, 철학, 예술론, 영화 등 문학과 예술로 차 있고, 흘러나오는 재즈를 따라가다보면 마이너한 감성의 LP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책장과 마주한 한켠에는 루이지애나 미술관, 소로야 미술관 등 약 7곳의 미술관에서 셀렉해 온 포스터도 판매한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패션 브랜드 블랭크(Blank)의 이지원 디자이너가 이끄는 소품 브랜드 ‘선데이페르소나(@sundaypersona)’와 이도윤 화가(@doyun1159)의 화실도 구경할 수 있다.

 

 

 

“뭔가 나만의 공간을 찾은 기분이에요.

책들이 색상별로 분리되어있고
공간 곳곳 풍경 사진이 걸려 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무엇보다 저의 취향인
사랑 에세이가 많아 마음에 들었죠.”

– 배우 서지혜

 

서지혜와 소수책방의 주인장 김문이 추천하는 책들.

 

서지혜의 추천 도서

서지혜가 소수책방을 둘러보며 책 세 권을 꺼내들었다.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와 서지혜가 마리끌레르와 독립서점을 찾아나서기 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김소연 시인의 시집 <수학자의 아침>, 그리고 김애란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한 단편소설집 <바깥은 여름>이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이원하

참으면 참을수록 얻어지는 건
내일이에요

내일만 몇 년째에요
내일은 아무 소용 없어요
모래 위에 적히지 못하는 파도만큼이나요

– 이원하, 「마시면 마실수록 꺼내지는 건」

 

무지개가 다시 뜰까요
알고 싶어요

핑계 맞지만 알고싶어요
움직일 줄 모르고
사라질 줄만 아는 무지개에 대해서

왜 오래 머물면 안되는지

– 이원하,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지성사, 김소연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 김소연, 「그래서」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김애란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나왔다. … (중략) 그럴땐 정말 내가 내 과거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화는, 배치는 지금도 진행중이었다. – 김애란, 풍경의 쓸모」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 김애란, 「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