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
김태호 · 김현진 · 신희찬 · 유태화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9길 7 2층
문의 @sageseoul
우리의 기억을 담아 김태호 ‘세이지’는 3명의 셰프와 한 명의 매니저가 만든 공간이다. 넷이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즐거웠던 기억 중 하나가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바나 레스토랑에 가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일이다. 그 시절, 지친 하루의 끝에 만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을 떠올리며 세이지를 만들었다.
세이지만의 편안함 김현진 세이지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편안함’이다. 그래서 격식을 갖춘 딱딱한 요소는 모두 빼고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을 생각했다. 김태호 집에서 마시는 것만큼 편안하진 않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 일단 눈과 귀가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간 전체를 우드 톤으로 꾸미고 곳곳에 식물을 배치했다. 그리고 음악은 대화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사가 두드러지게 들리는 곡이나 리듬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곡은 제외하고 선곡한다. 술과 음식만큼 공간의 색과 소리도 즐겁게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술 김태호 지금은 내추럴 와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차츰 다른 와인의 수도 늘려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와인 리스트는 아무래도 우리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되도록 맛과 향의 밸런스가 좋은 것들로 꾸리려고 한다. 유태화 페어링하는 음식 역시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플레이트에는 이 와인, 저 플레이트에는 저 와인이라는 룰을 두고 싶지 않다. 메뉴 역시 형식적으로 구분은 해뒀지만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시, 디저트의 경계는 없다. 즐기는 사람이 제약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세이지의 룰 아닌 룰이다.
대면의 힘 김현진 최근 혼술을 하거나 화상으로 마주하며 술을 나누는 방식도 늘고 있지만, 대면의 즐거움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에도 직접 마주하고 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온기가 우리가 만든 공간의 매력을 배가할 거라고 믿으면서.
초대합니다 신희찬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 끝나고 갈 만한 바나 레스토랑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려고 한다. 예전에 우리가 뉴욕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같이 향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즐거움만 남도록 김태호 너무 재미있어서 세세한 건 기억나지 않고 즐겁게 떠들었던 순간만 떠오를 때가 있지 않나. 세이지에 다녀간 후 그런 기억만 남기를 바란다. 음식이 맛있다, 분위기가 좋다는 말도 좋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길 바란다. 대화의 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술과 음식, 공간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