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인간과 가족을 이룬 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한집에서 살게 된 인간과 동물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우크라이나 사진가 올렉산드르 루페타(Oleksandr Rupeta)가 그 유대 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종을 뛰어넘는 깊은 교감이 이뤄낸 놀라운 순간들을 그의 프로젝트 ‘섬원 인 유어 코너(Someone in Your Corn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1990년대 중반 해외 동물 거래를 중개하던 러시아 상인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접했다. 소련이 해체되고 국경이 개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혼란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진을 살펴보다가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여겨지며 조그마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어떠한 운명에 처했을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섬원 인 유어 코너’ 작업으로 이어졌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살아가는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가 함께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통념을 깰 수 있는 촬영 대상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섬원 인 유어 코너’라는 제목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위해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마음속 공간까지 내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간과 반려동물은 서로의 곁에 머무르며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준다.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촬영을 진행하며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는 순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 편이다. ‘섬원 인 유어 코너’의 목표는 인간과 동물이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사진가의 개입이 적을수록 피사체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여지가 많다는 원칙을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사진에 무엇이 담겼다고 생각하나? 사진마다 서로 다른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포유류부터 조류와 파충류까지, 어떤 동물과 생활하든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블라디미르(Vladimir)는 중년의 나이에 심리적 위기를 겪은 이후 뉴샤(Nyusha)라는 이름의 돼지와 한 공간에서 지내기 시작했고, 다양한 파충류를 기른 경험이 있는 미하엘(Michael)은 불의의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이구아나 바샤(Vasya)를 사랑으로 키웠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동물을 촬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 안전을 챙기기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의지가 앞섰다. 오히려 촬영 중인 대상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타라스(Taras)가 상어들이 있는 수족관에 손을 넣었을 땐 마음이 정말 조마조마했는데, 그는 평소에 자주 하는 행동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건 보호자가 촬영 과정을 지켜보며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써준 덕분이다.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 반려동물과 한집에 사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보호자가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올렉산드르 루페타 Someone in Your Corner

 

제일 인상 깊었던 촬영 현장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고양이 아흔세 마리와 강아지 일곱 마리, 거북이 한 마리와 가족을 이룬 타탸나(Tatyana)의 공간이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동물이 공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보호자와 반려동물 사이의 친밀감이 강하게 와닿은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엇인가? 놀라움. 수많은 동물이 인간과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그를 향한 애정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경이롭고 신기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보호자는 반려동물에게 알맞은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의무를 지닌 존재다.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본적인 욕구는 대부분 충족되었다. 그 덕분에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보호할 여력도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 사진에 등장하는 보호자들은 대부분 단순히 동물을 돌보는 일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각 동물의 서식지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집에 구현해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동물을 대할 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 동물을 향한 사랑보다 우선해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다.

‘섬원 인 유어 코너’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나 또한 반려동물과 생활해본 경험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러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를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나 자신이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습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은 건 분명하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양쪽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서로의 삶에 녹아드는 과정이 지속된다면, 소통의 힘이 발휘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