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주는 2018년 김웅용 연출가의 퍼포먼스 극 <밤과 안개>를 시작으로 각종 연극과 뮤직비디오,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다. 불규칙한 배우의 삶 가운데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에게 주말의 일상에 대해 묻고 들었다.
평일의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요? 메일함을 열어 중요한 연락이 왔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돼요. 다이어리에 스케줄을 정리한 뒤, 스케줄에 맞춰 대본을 외우거나 오디션을 준비합니다. 제작사에 프로필을 보내기도 하고요. 이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몸이 잔뜩 긴장하고 있어서 이완하는 시간을 꼭 가져요. 팔로산토 스틱을 태워 향을 맡고,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도록 오일을 관자놀이와 코 밑, 목 뒤에 발라준 뒤 짧은 명상 시퀀스를 틀어두죠. 보통 모든 일과를 마친 뒤에 이러한 리추얼의 시간을 갖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중간에 시간을 내어 쉬어 주어야 남은 하루를 무리 없이 보낼 수 있겠더라고요.
주말만의 루틴도 있나요? 온전한 쉼을 갖게 되는 휴일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촬영이나 외부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루틴이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휴일에는 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게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가 진짜 휴식 시간이에요. 10시 전은 무언가 애매하고, 2시를 넘기면 불안해지거든요. 어스름한 시간을 지나 완전히 깜깜해졌을 때의 차분함이 좋아요. 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이나 영화에 몰입할 수 있죠. 좋은 아이디어도 이 무렵 자주 떠오르고요.
주말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요. 직장 내 벌어지는 이야기를 모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제작된 드라마예요. 난감하거나 어이없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카메라맨이 화면 안에 잡히기도 하는데, 이렇듯 제 4의 벽이 깨지는 순간이 웃음 포인트 중 하나죠. 웃을 일 하나 없는 날에도 <더 오피스> 한 편을 보고 나면 박장대소 할 수 있어요.
일정 없이 쉬는 날 자주 찾게 되는 장소가 있나요? 경의선 숲길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해요. 주로 혼자 거닐지만 늘 그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인 기분이 들거든요.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는 게 참 재미있어요. 산책하는 강아지, 데이트하러 온 커플들, 타로 가게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다들 어디서 왔을지, 왜 경의선 숲길을 찾았을지, 이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요.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 보이면 그들의 대사를 마스크 안에서 작게 따라해 보기도 해요.(웃음)
활기찬 새해의 시작을 함께할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 주세요. 유태오 감독의 <로그 인 벨지움>이요. 햇수로 삼년 째 팬데믹 상황이 지속 되고 있는데, 다들 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고 있을지 궁금해요.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잖아요. 영화는 이러한 상황 가운데 ‘내 안의 나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요. 새해의 분위기를 느끼지도 못한 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내 안의 혼돈을 마주한 뒤, 여러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시간을 보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또다른 내 안의 나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지낼 테니까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연구하는 중이에요. 프리랜서는 늘 어떤 현장이든 바로 투입될 수 있어야 하니까 늘 스탠바이 상태인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긴장도가 너무 높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균형을 지키는 건 아직 요원한 일이고,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일을 어떻게 건강하게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