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LUCIA JOST
베를린에서 현지의 임산부, 미혼모와 자녀, 60대 여성과 늦둥이 딸까지 다양한 어머니들을 촬영해왔다. 어릴 때부터 여성이라는 존재에 큰 매력을 느꼈다. 베를린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싱글맘’이 많다. 나 또한 독립적인 여성들 곁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베를린의 서커스단에서 일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친 후 그곳에 가면 언제나 나를 돌봐주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다.
미혼모와 그의 자녀를 촬영하는 프로젝트에 ‘마더후드(Motherhood)’라는 제목을 붙였다. ‘후드(hood)’는 이웃 또는 주변을 의미한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된 여성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본인뿐 아니라 자녀를 위해서라도 주변을 재정비해야 하고, 내면에 자리하던 소녀와 작별해야 한다. 어린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삶을 새롭게 일궈간다는 의미를 담아 프로젝트의 제목을 지었다.
이들을 촬영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 항상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여성이 임신을 하면서 겪는 신체 변화에 매료되었다. 사진에 담긴 10대 어머니가 시간이 흐른 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문득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어머니의 변화를 촬영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 어머니’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무엇에 가장 중점을 뒀나? ‘신뢰’가 제일 중요했다. 어머니와 자녀의 유대 관계를 존중하기 때문에 촬영을 진행할 때 두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길 바랐다. 또 아이한테 카메라 응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 했고, 어머니가 부모 역할을 넘어 한 명의 여성으로 보이도록 그를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다. 촬영하려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이 현장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 방식이다.
당신이 만난 미혼모 중 누가 제일 기억에 남나? 아들 엘리오(Elio)와 사는 내 친구 파울라(Paula). 그는 임신 후 힘든 일들을 겪었고, 출산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 아버지와도 헤어졌다. 하지만 파울라는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프로젝트를 위한 촬영을 마친 후 그가 아이를 재우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을 참 좋아한다(오른쪽 페이지 사진). 파울라가 내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가끔씩 너무 화가 나거나 깊은 슬픔에 빠질 때가 있다. 그래도 난 괜찮다. 뜻밖의 선물처럼 찾아온 엘리오는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
어린 어머니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린 어머니가 자녀를 선물이 아닌 부담으로 여긴다는 사람들의 편견이 아닐까 싶다. 이런 편견을 갖는 이유는 아이를 돌보는 젊은 여성을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어머니’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난 20대 초반의 어머니 야헬(Yahel)은 이런 말을 했다. “일찍 어머니가 된 여성은 작은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해나가야 한다. 비록 아이가 1순위일지라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만난 어린 어머니들은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주체적이며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지닌 여성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미디어에 등장하는 10대 어머니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린 어머니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믿는다면 이들을 이례적인 존재로 여길 것이다. 사람들은 ‘10대 어머니’ 하면 깊이 있는 인생 경험 없이 아이를 낳아 책임감에 압도된 여성 혹은 완벽한 가정과 멋진 외모를 갖춰 SNS에서 인기를 얻은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어린 어머니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그래서 임신을 앞둔 젊은 여성이 왜곡된 인식을 가질까 봐 걱정된다.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여성은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어머니가 가진 힘은 뭘까? 몸과 마음의 건강 이외에 어머니가 어떠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힘은 여성 그 자체다.
어머니와 자녀를 촬영하는 작업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20대를 보내고 있는 나와 내 어머니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만큼 자녀를 사랑하는 존재는 없다는 걸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들 중 일부는 앞으로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나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이 작업을 해피엔드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사진이 어린 어머니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길 바라나? 내 사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용기와 믿음, 어떠한 고정관념도 이상적인 모델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성을 보여주고 싶다.
미래의 어머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는 당신이 어머니로서 어떤 상황에 있든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순간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은 축하를 건네고 싶다. 아름답고, 강하고, 사랑이 충만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당신을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