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책 추천 안희연 단어의 집

단어의 집

“매일매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세상에 들볶이는 기분과 찻잎의 덖음 사이엔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어쩌면 세상도 우리를 들들 볶는, 아니 덖는 과정을 통해 우리를 보다 향기롭고 귀한 찻잎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물의 세계에 기필코 담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물에게서 공포만 볼 것이 아니라 물이 가진 다정함, 안락함, 온화함, 고요함도 한번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228p.

“모든 단어들은 알을 닮아 있고 안쪽에서부터 스스로를 깨뜨리는 힘을 갖고 있다.” 시인 안희연에게 단어를 품는 것은 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의 세 번째 산문집 <단어의 집>에서는 45개의 단어를 소개하며 각 단어가 품고 있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탕종’, ‘내력벽’, ‘플뢰레’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비문학적이고 딱딱한 단어도 그의 일상에 녹아들면 가장 문학적인 사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구태여 뜻을 해석할 필요 없이, 삶에 흩뿌려진 단어들을 주워 곱씹어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 물 흐르듯 읽어 내려가보기 좋은 책이다. 안희연 | 한겨레출판

 

 

새해 책 추천 박서련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서울 가는 고속버스 정류장 뒤편 투썸 플레이스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사 먹었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이러는 게 좋다. 뭘 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꼭 그렇게 하고 마는 게.” 93p.

<체공녀 강주룡>, <더 셜리 클럽> 등을 쓴 소설가 박서련이 첫 산문집을 출간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써 내려간 일기를 엮은 것으로, 작가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매일 쓴 일기와 달마다 쓰는 월기, 여행기까지. 등단 이후 작가로서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고스란히 실었다. 거침없는 욕설이 등장하는가 하면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끼며 좌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절망에 머물러 있기보다 유쾌함을 잃지 않고, 예쁜 걸 먹으며 훌훌 털고 일어나는 작가로부터 기분 좋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박서련 | 작가정신

 

 

새해 책 추천 이승희 별게 다 영감

별게 다 영감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남들보다 크게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신기해하고 감동을 잘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받아들이는 영감의 양이 다르다. 무언가를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치면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듯.” 7p.

<기록의 쓸모>를 쓴 마케터 이승희의 신간. 인스타그램의 영감 노트(@ins.note) 계정을 통해 아카이브 해온 콘텐츠를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며 크고 작은 영감을 발견해내는 그의 노력이 촘촘히 담겨 있다. 스마트폰 메모장,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SNS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글 등. 일상의 평범한 장면에서 끌어올린 약 350가지의 영감이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물론, 꾸준히 영감을 수집하고 정리해온 작가의 태도에서도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희 | 북스톤

 

 

새해 책 추천 김혼비 다정소감

다정소감

“주저앉고 싶은 순간마다 “내가 무능력했지 무기력하기까지 할까 봐!” 라고 덮어놓고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도 내 안에 새겨진 다정들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붙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얻게 되는 건 근육만이 아니었다.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 220p.

‘다정’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모은 <다정소감>. ‘다정다감’을 재치 있게 비튼 말이자, 다정에 대한 소감을 담았다는 뜻에서 지은 제목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산 작가 김혼비의 산문집이다. 다정한 순간의 흔적들은 작가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만나 여전한 온기를 갖고 책에 머물러 있다. 삶에서 언제나 위로와 용기가 되어준 것은 가족과 친구, 혹은 영화나 음악을 통해 얻은 다정이라고 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전한다. 김혼비 | 안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