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7년 뉴욕,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토니’와 ‘마리아’의 이야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60년 만에 영화로 재탄생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번째 뮤지컬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로 각각 분한 배우 안셀 엘고트와 레이첼 지글러의 연기, 춤, 노래다. 이 작품이 자신들에게 꿈이었다고 말한 두 배우는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새로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토니와 마리아로 살았던 시간에 대해 물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묻고 싶다. 이 작품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인가? 안셀 엘고트 원작 뮤지컬을 좋아했다. 그래서 내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 그런데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니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지 않나. 레이첼 지글러 예닐곱 살 무렵에 TV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어린 나이였음에도 춤과 의상, 음악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작품과 인연이 있는데, 열여섯 살 때 연극에서 이미 마리아를 연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로 만들어지는 영화에 참여하게 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1년간의 오디션을 거쳐 마리아로 뽑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설렘과 부담감, 책임감이 공존했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데서 오는 설렘도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첼 지글러 감독님은 굉장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완전히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늘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었다. 작품 외의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자신의 어마어마한 필모그래피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를 보며 새삼 신기한 느낌도 들었다. 그가 “내가 <죠스>라는 영화를 만들 때 말이야”라고 말하면, 우리는 “처음 들어보는 영화네요” 하고.(웃음) 그는 현장의 모든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다.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영화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감독이다. 안셀 엘고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일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을 거다. 그는 두말이 필요 없는 훌륭한 리더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모두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면서도 동시에 맡은 바를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믿어준다.

그에게 받은 디렉션 중 기억에 남는 말이나 행동이 있을까? 안셀 엘고트 그는 배우에게서 원하는 연기를 모두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가 배우의 눈을 마주 보며 디렉션을 주면, 어떤 연기든 다 된다. 현장에서 배우뿐 아니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수없이 많은데도 그 모든 일을 침착하고 아주 쉽게 해낸다. 그의 디렉션은 늘 감탄을 자아냈다.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이첼 지글러

레이첼 지글러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안셀 엘고트

안셀 엘고트

 

토니와 마리아를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안셀 엘고트 초반부의 토니는 과도기에 놓여 삶의 목적 없이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다 어떤 희망을 발견하고,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발렌티나’가 토니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넌 가능성이 많아.” 토니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토니에게 가능성이 보이도록, 희망이 느껴지도록 연기하는 데 집중했다. 레이첼 지글러 토니 쿠슈너(Tony Kushner)가 각본을 쓴 이 영화의 마리아는 주체성이 강하다. 누구에게나 당당히 맞서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이런 마리아 충분히 표현하려고 애썼다.

원작 뮤지컬을 참고하기도 했나? 안셀 엘고트 물론 참고했지만, 그보단 각본을 쓴 토니 쿠슈너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질문하며 얻은 답에 더 의지했다. 기존의 것을 더 좋게 만들기보단 나만의 것을 새로 만들어내려고 했다.

뮤지컬영화이니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마음에 남은 곡(넘버)은 무엇이었나? 레이첼 지글러 ‘아니타’ 역을 맡은 아리아나 데보스와 같이 부르는 ‘A Boy Like That’. 영화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장면이라 촬영장에서 실제로 불러서 그런지 감정이 고스란히 잘 담긴 곡이지 않나 싶다. 안셀 엘고트 ‘America’를 좋아한다. 곡 자체도 아름답지만 춤과 노래, 의상이 더해져 영화 속에서 더 멋진 음악이 된 것 같다.

꿈꿔온 작품에 참여하면서 느낀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묻고 싶다. 레이첼 지글러 인물 간의 관계를 단단하게 구축하려고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했는데,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안셀 엘고트 대본 리딩 때 모든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이어갔을 때, 좋은 작품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다들 열정이 넘쳤고, 그 열기가 모이는 경험은 아주 흥분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억에 남는 대사를 한마디 꼽는다면? 안셀 엘고트 ‘para siempre’. 스페인어로 ‘영원히’라는 뜻이다. 토니가 마리아에게 전하는 진심이 담긴 말인데,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