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서울(frame.seoul)의 타투이스트 김훈.
그가 표현하는 인상적인 타투들부터 영감, 보람을 느낀 순간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과 휴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평소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평소 10시쯤 일어나는 편이에요. 매일은 아니지만 운동을 다녀오면 12시가 되고, 고구마나 햇반 같은 것들로 대충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외출 준비를 합니다. 출근은 2시 30분 경에 해요. 출근 전 꼭 하는 것이 있다면 침대 정리인데요. 평소 정리와 청소를 매일 하는 편은 아닌데, 한 영상에서 ‘자기 자고 일어난 자리도 정리 못 하면서 본인을 바꿀 수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고 난 후에는 자고 일어난 자리 정리는 꼭 하게 되었죠. 일이 끝나면 보통 8-9시 정도가 되고, 다음 작업 준비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오전 운동을 못 한 날엔 저녁에 운동을 해요. 다음날 쉬는 날이거나 기분이 좋은 날일 경우엔 집 근처 자주 가는 곳으로 술을 마시러 갑니다.
일하지 않는 휴일의 루틴은 어떠한가요?
휴일에는 모든 알림을 끄고 휴대폰도 에어플레인 모드로 두고 잡니다. 평소 잠을 깊게 잘 못 자서 휴일엔 많이 자고 게으른 하루를 보내려고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인 날엔 드라마나 영화를 하루 종일 보거나, 늦잠을 자고 일어나 근처 카페에 가 예약된 일정을 정리합니다. 평소 그리고 싶어서 정리해둔 아이디어들을 보며 마음 가는 대로 그리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멍한 시간을 보내며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려고 노력하죠.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을 좋아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그러고도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운동을 다녀오거나, 자주 가는 곳에 혼술을 하러 갑니다.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휴일과 평일을 구분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시간을 정해놓고 움직이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뉘는 것 같아요. 보통 일하는 날엔 미리 짜여둔 일정과 시간들로 움직여지는 편입니다.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시간이 뒤틀리거나 변수가 생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껴요. 그래서 휴일엔 그런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행동하죠. 그것이 휴일과 평일을 구분한다고 생각해요.
타투이스트로서 일 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은?
자주는 아니지만 부모님, 할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동생 용돈 줄 때. 타투를 받은 손님이 너무 기뻐할 때. 받은 타투를 친구들한테 자랑할 때 보람을 느껴요. 또한 먼 외국에서 타투 하나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을 해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선망하는 해외 타투이스트들과 만나서 친구가 될 때, 보고 싶지 않던 상처들을 타투로 가리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손님이 좋아해줄 때,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갔다는 생각이 들 때 등 많은 순간들이 보람 있고 기억에 납니다.
타투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쉬는 날 특별히 하는 게 있다면?
처음 타투이스트가 되었을 때,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각화하고자 노력했어요. 어떤 그림들이 더 차별화되고 특별한 포인트가 될지 비중을 두고 그림을 그렸고, 주로 책 속의 문장이나 영화의 대사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물론 현재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지금은 인간 자체가 갖고 있는 몸 선에 대해 더 비중을 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흐름, 구도로 들어가야 몸 선에 어울릴까?’ 하는 생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다 보니 요즘은 몸 자체를 보고 생각하기도 하고, 옷에 들어가 있는 패턴, 몸 선이 드러나는 의상 같은 것들을 찾아보곤 해요. 이를 위해 영화와 같은 시각적인 것들을 많이 접하려 노력하죠.
주말에 가기 좋은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세 곳이 생각났어요. 두 곳은 카페이고 한 곳은 바입니다. 첫 번째는 망원동에 있는 ‘카페 꼼마’라는 곳인데, 공간도 크고 책을 보거나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에요. 층마다 매력이 달라서 그날 기분에 따라 몇 층에 갈지 생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 한 곳은 합정과 상수 사이에 있는 ‘다스이스트프로밧’(Dasistprobat)이라는 카페에요. 음악과 공간의 컬러감이 제 취향에 맞아요. 커피도 맛있죠.
마지막으로는 망원동으로 이사 와서 알게 된 혼술을 하러 자주 가는 곳입니다. ‘비주류’라는 뜻의 ‘넌 메인스트리머스’라는 바인데요.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사장님이 틀어주시는 음악이 매우 좋아요. 다녀본 바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간판을 누가 훔쳐 가서 없어졌다고 해요. 때문에 밖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안에 있으면 내가 남들은 잘 모르는 특별한 곳에 온 느낌에 기분이 묘하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