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에 찌들어서 살다보니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오롯이 나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데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보석을 사야 하나요? 지금 당장 리프레시를 위해 호캉스를 예약 하는게 좋을까요? 시스터님은 어떤 걸 하시겠어요?
아마 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수도 있을테지만 아 이번달 너무 힘들다, 일이 정말 많네 하고 느끼는 달에 카드값이 덜 나오더라고요. 일이 너무 휘몰아쳐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날 들은 정말 기본적인 욕구만 처리하고, 다른 일은 다 뒤로 뒤로 미뤄 놓았나봐요. 쇼핑할 여유가 없어서 평소보다 덜 나온 카드값을 보면서 이게 기뻐할 일인지 아닌지 헛웃음이 나왔어요. 일단 마음 먹고 돈을 쓰려고 해도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했을 때 행복한 사람인지 알아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것 저것을 사보고, 먹어보고, 다녀보고 하면서 본인의 취향이라는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취향이 내가 뭘 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강력한 방향추가 될 거에요. 지금 당장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면, 일단 이것 저것 해보면서 깨달아 봐야죠! 가장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봐요.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디바이스를 끈채 혼자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이 좋을 수도 있고, 실내 테니스 코트에서 신이 나게 공을 치는 것도 좋겠네요. 공항이 보이는 호텔에 가서 호사스러운 조식을 먹고, 호텔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아,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죠. 백화점에 가서 반짝이는 주얼리들을 직접 껴 보고, 이 것이 내 것일 때 얼마나 행복할 지 미리 체험해 볼 수도 있고요. 서울을 벗어나 아름다운 식물원에 가서 시간제약 없이 오랫동안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한 가지, 한 가지 내 마음을 만족시켜 줄 것 같은 일들을 해 나가 보면서, 앞으로 이 일을 할지 말지 정하면 되는거 아닐까요? 생각보다 먹는데 돈을 쓰는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그 다음부터 호텔 조식은 건너 뛸수도 있고, 독서가 지루하게 느껴지면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요.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다보면 앞으로 더 안 해봐도 될 것의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어요.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나를 더 챙겨줘야 겠다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 시간을 어떻게 더 즐겁게 보낼지도 잘 계획을 세워봐요. 저라면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미쉐린 레스토랑에 가서 아름다운 한끼를 먹고, 경복궁을 구석구석 걷겠어요. 물론 친구들이 그걸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이 걱정 한 번 없이 잘 살아 왔는데, 내년에 마흔이라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의 기회도 줄어드는 것 같고,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 속상해요. 나이듦에 대해서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마흔’ 이라는 나이가 유독 무게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던 스무살, 이제 나도 꺾이나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서른. 모두 생각보다 더 좋았고, 즐거웠는데 ‘마흔’ 이라는 나이는 상상도 잘 안되고, 이 나이에 이렇게 살고 있는게 맞는걸까, 나는 잘 하고 있는걸까 하며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어렸을 때 부터 십대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이십대엔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고, 서른엔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인생을 스케줄에 맞춰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젠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있긴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 낡은 생각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평균 수명이 더 어렸던 예전에는 ‘마흔’이란 나이 쯤 되면 행복한 가정을 꾸렸어야 하고,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 위치에 올랐어야 했겠죠? 개인적인 일에서도, 업무에서도 가장 충만한 시기를 누리는 때가 ‘마흔’ 이었을 법 하니 아마 우리 머리속에도 무언가 이미 이뤄낸, 이제 남은 삶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른들이 말하듯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것이 또 나이 아닐까요? 많은 기대로 대단할 것 같았던 이십대가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게 지나간 것을 정답이 있을 것 같았던 삼십대에도 매일 고군분투 하며 맨땅에 헤딩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 봅니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하시던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즐거운 십년이 될거예요. 한참 후 사십대를 돌이켜봤을 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십년은 없었다 생각 되도록 지금부터 마음을 다 잡아 봐요.
다만, 한가지! 체력은 길러둬야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 운동도 근육도 없이 살아진게 신기할 정도로 사십대에 이르니 몸부터 티가 나더군요.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내고 운동 하는 삶의 계획을 세우며 행복하게 ‘마흔’을 맞이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