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의 일상은
절로 몰입하게 만들고,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홀로 이방인인 듯한 감정을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돈 아끼느라 밤늦은 시간 꼭 모여서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경기도민 염씨네 삼남매.
구질구질한 현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는 이미 만성이 되었죠.
‘촌스럽다’며 차이고, 만나기도 힘든
청춘들의 사랑이야기 역시 핑크빛은 아닙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내 삶을 보는 듯한 ‘해방일지’의 이야기,
그래서 더 가슴에 콕콕 와서
박히는 대사들이 가득합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잡아 둔 말들.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너무 다른 삼남매이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죠.
실연 당하고, 돈도 없고
사랑도 없어서 초라하고,
인간관계가 너무 버거운 이들.
겉돌기만 하고
웃음 지을 날 없는 날들이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꿈꿉니다.
나는 정말 이 초라한 삶이 전부인가 싶은 이들에게도
진솔한 공감을 자아냅니다.
구겨진 것 하나 없이 행복한,
그런 날을 꿈꾸는 삼남매입니다.
“아무나 사랑해도 돼.
아무나 사랑할 거야”
언니 염기정(이엘 분)은 모태솔로입니다.
사랑 앞에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늘 결정적인 순간은 오지 않죠.
그래서 기정은 궁금합니다.
안 하는 사람이 없는 그 사랑이
대체 왜 나는 건너뛰고 가는 건지.
“난 차라리 조선시대가 나아,
‘오늘부터 얘가 짝이다’
그러면 ‘네’ 하고 열렬히 사랑했을 거 같거든,
사랑을 고르고 선택하는
이 시대가 더 버거워”
대화인데 말인데 쉬는 것 같은 말,
사실 나 남자랑 말이 하고 싶어”
외로움에 사무친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 기정.
이토록 솔직할 수 있을까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관계과잉시대에 지친 이들에게 와닿은 대사입니다.
회사를 다니고 동료들과 어울리지만
기정은 언제나 이방인이고 주변인입니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람,
무리에 속해있지만 은근한 소외를 당하는 사람이죠.
회사는 늘 함께 어울리라며 동호회를 강요하지만
그건 ‘내향인’들에게 부담으로 와닿죠.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나”
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조직과 사회를 거치며 관계를 맺어본 이들이라면,
이 피로한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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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미정은 상상 속의 ‘당신’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지를 받고 응원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며 지친 삶을 버티고 있죠.
서툴고 어설픈 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기 일쑤인 미정,
벼랑 끝에 내몰리자 그는 외지인
구씨(손석구 분)앞에 폭발하는 감정을 쏟아냅니다.
“왜 매일 술 마셔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구씨는 집에 돌아가 ‘추앙’을 검색해봅니다.
많은 시청자들도
같은 모습이지 않았을까요.
실제에서는 자주 쓰지 않는 단어 ‘추앙’은
‘해방일지’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해주어야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줍니다.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추앙’으로 시작해 불편한 관계,
그리고 서로만이 제일 오롯이 알게 되는
관계로 발전하는 구씨와 미정입니다.
‘해방일지’는 인싸, 화려한 세상, 재벌가,
사건 사고 등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한 드라마입니다.
잔잔하고 담담하지만,
그래서 더 지독히 내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죠.
현실에 없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옮겨서 위로를 건네는 ‘해방일지’.
구질구질한 삶을 지나는 염씨 삼남매와 구씨는
자신을 둘러싼 갑갑한 환경을 뚫고 해방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