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담임이자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일효.
교사라는 직업을 갖기 전부터
SNS와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일상을 기록하며 소통하고 있다.
학교로 출퇴근하는 평일의 하루는 주로 어떻게 흘러가나요?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물을 한 컵 마신 뒤, 두 고양이들의 물그릇을 갈아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간단히 출근 준비를 하고, 막히지 않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학교로 갑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노래를 골라 들으며 운전하는 출근길은 제게 아주 소중한 시간이에요.
고3 담임이라 보통 저녁 6시 반, 늦으면 밤 10시에 퇴근을 하는데 언제 퇴근을 하든 저녁 시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어요. 좋아하는 향초에 불을 붙여둔 채 남편과 식탁에 마주 앉아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하루 끝에서 속상했던 일, 좋았던 일, 지나쳤던 생각들을 나누고 나서야 진정으로 하루가 마무리되고 감정이 환기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일이 없는 주말이나 휴일만의 루틴도 있나요?
저는 이른 아침 시간을 무척 아끼고 좋아해요. 저에게 아침은 제 안에 머무는 고요와 평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아침에는 핸드폰도 멀리하고 책에 집중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최근에는 쉬는 토요일에 꽃시장에 가는 습관이 생겼어요. 꽃을 잔뜩 사서 집에 돌아오면 스피커로 재즈를 틀어두고 아끼는 꽃병에 꽂아둡니다. 엉망인 솜씨지만 꽃꽂이를 하고 나면 괜히 근사한 기분이 들어요! 누워있고만 싶은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남은 주말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의욕도 샘솟고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상의 유의미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특히 인상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모습이 눈에 띄더군요. 여유로운 주말에 읽어보기 좋은 책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바람이 살랑이는 여유로운 주말 낮에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녁에 와인 한 잔을 홀짝이며 읽어도 좋겠네요. 얼마 전 주말 낮에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배를 깔고 누워 열심히 밑줄 그어가며 읽었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몰라요. 알랭 드 보통의 책은 해가 지나고 다시 읽으면 매번 새롭게 와닿는 구절이 꼭 있어요. 자기만의 통찰력과 재치를 바탕으로 삶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순간을 절묘한 단어로 규정해내는 이 작가의 능력을 몹시 사랑해요.
식당이나 카페, 드라이브 스폿 등 쉬는 날 자주 찾게 되는 장소들이 있나요?
평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쉬는 날에 혼자 외출을 하게 되면 집에서 조금 먼 대형서점에 자주 들르는 편이에요. 사람이 많고 북적대는 주말에도 서점에서만큼은 시간이 한가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거든요. 책을 사는 것만으로 내 삶에 통제력을 조금은 되찾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책꽂이와 선반에 가득 들어찬 문구와 책 무더기를 보고 있기만 해도 삶을 향한 입맛이 돌아요. 무엇보다 시간과 사유가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라 단조롭게 느껴지거나 피로할 때 혼자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삶이 좀 더 다채로워지는 기분도 듭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갖춘 건강한 삶을 일구어 가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사람과 관계, 감정에 지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늘 일과 휴식을 완전히 분리하고 싶어 했고요. 하지만 결국 일터에서의 경험이 삶에 영향을 주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일을 할 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은 둘을 분리하려 하기보다는 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실천하려 해요. 일이든 휴식이든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 순간에는 온전히 몰두하고, 거리를 두어야 할 때에는 한 발짝 물러나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