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진가 알렉상드라 소피(Alexandra Sophie)는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꾸준히 포착해왔다.
꽃과 함께 있는 나체의 여성들을 촬영한
그의 프로젝트 ‘플라워 샤워(Flower Shower)’는
전형적 아름다움의 경계를
허물며 ‘정상’의 의미를 묻는다.
투명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의
사진 속 여성들이 전하는 다정한 삶에 대한 믿음.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경미한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학업을 따라갈 수 없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집에 혼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진이 올라와 있는 웹사이트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때부터 내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나의 시선에 포착된 것을 재현해보고 싶어 정원의 꽃과 여동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 내 작업의 출발점이다. 당시 동생들이 내가 찍어준 사진을 SNS 프로필로 설정했는데, 이를 본 동생들의 친구들도 나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식으로 사진을 계속 찍다 보니 매거진 화보를 비롯한 여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정상’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거라 짐작한다. 맞다. 겉으로 보기엔 내가 남다르다는 점이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는 언제나 내 삶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스스로도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비정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상이라는 단어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게 ‘플라워 샤워’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다양한 형태의 몸을 가진 여성들과 함께해온 이 작업은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좁은 경계를 탐험하며 자유를 느끼는 기회를 줬다.
‘플라워 샤워’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처음엔 수많은 꽃송이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 이후에 ‘shower’라는 단어가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이런 해석도 꽃을 담아내는 내 사진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사이에 미국에서 일어난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인 ‘플라워 파워(Flower Power)’가 연상되기도 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제목이라 마음에 든다.
프로젝트에 동참할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찾았나? SNS를 주로 활용했고, 친구나 그의 지인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었다. 내가 촬영한 여성들은 모두 보통의 존재와 다르지 않은, 지극히 ‘정상’인 사람들이다.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는데, 안타깝게도 모델 같은 체형이 아니어도 카메라 앞에 서는 걸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라며 프로젝트에 열정을 다하는 중이다.
여성을 자연과 함께 촬영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대상을 촬영하더라도 자연을 멀리한 적이 없다. 나는 인간의 몸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순환을 인식한다. 인간과 자연의 유사성이 마음을 사로잡을 때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정체성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사진 속 여성들이 나체에 가까운 것도 옷이 인간과 자연을 갈라놓는 장막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해방된 여성’이라는 표현을 쓴 기사를 읽었다. 꽃으로 장식한 엉덩이, 양귀비로 가린 음부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내 의도를 벗어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 카메라 앞에서 몸을 드러낸 여성들과 그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 에로티시즘이 느껴지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 난 그저 신체를 원초적 형태로 표현할 뿐이고, 이는 다른 대상을 촬영할 때도 잃지 않는 기조다. 여성의 나체를 투명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작업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체모, 임부의 배, 튼 살 등이 사진에 그대로 담겨 있다. 각 신체의 특징을 숨기려 하지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하지도 않았다. 사진 속 여성의 신체를 되도록 보정하지 않았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부분일지라도 말이다. 보정을 거친 사진을 계속 접하다 보면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결점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미디어가 더 많이 보여준다면, 그들의 존재를 정상으로 느끼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마주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플라워 샤워’가 언제든지 활짝 열릴 수 있는 ‘마법의 문’이 되기를 꿈꾼다. 몸이 아파 가만히 누워 있던 사람도 이 프로젝트를 접한 뒤 “오늘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봤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난 일상 속 행복과 평화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오늘날에는 그것들을 얻기가 참 어렵지 않나. 언젠가 세상이 SF영화 속 장면 못지않게 암울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내 사진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프로젝트가 다정한 삶을 믿게 하는 나의 소소한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