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룸에 들어서자마자 그로브 몬스터에 시선을 뺏겼다. 누가 봐도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다. 요즘 카피와 오마주에 대한 논란이 많지 않나.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말고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작품을 창작하고 싶었다. 일의 특성상 협업을 하거나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업 시안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이 늘 스트레스였다. 이미 머릿속에 디자인이 있는데, 시안을 기반으로 작업하려면 누군가 했던 것을 따라 해야 하지않나. 그래서 반대로 작업물을 먼저 만들고 이를 시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내 작품이 나만의 고유한 레퍼런스가 되도록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그로브 몬스터다.
작품을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 평소처럼 시안을 찾다가 아프리카 부족의 분장이나 기괴한 생명체 같은 이미지를 발견했는데, 그게 참 재미있게 다가왔다. 꽃을 다루는 사람이니 자연 소재로 괴물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나무나 마에서 나오는 섬유질 소재를 사용해 몸통을 구성했고, 포플란트(파라리스)라는 꽃으로 눈을 만들었다.
자연 소재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비주얼이다.꽃과 식물을 활용한다고 할 때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사실 나는 성격상 진득한 면이 없어서 이미 해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과 똑같은 것도 싫어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 작품은 이미 유능한 플로리스트들이 잘하고 있다. 의뢰가 들어오면 꽃의 고운 특성에 집중해 작업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창작할 땐 꽃의 낯설고 새로운 면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무뎌지지 않은 채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도 있나? 끊임없이 하는 것. 10개를 하다 보면 하나 정도는 새로운 게 나온다. 또 하나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 나는 과정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 개인 작업은 온전히 재미를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고 싶은 작업을 끝내면 도리어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도 팀원들과 깔깔대며 작업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쟤 팔 더 늘이자! 몬스터끼리 어깨동무하게 해! 눈은 반쪽으로!” 하면서 말이다.(웃음)
꽃이 가진 고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각자 다른 모양을 지닌 것. 세상의 모든 꽃이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녔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와 동시에 세상에는 다양한 꽃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품종이 나온다. 색, 질감, 모양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않나. 그러니 내가 하는 작업도 멈춰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할 수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도 꽃이 아닐까? 존재 자체로 늘 새로움을 주니까.(웃음)
앞으로 그로브 몬스터는 어디서 만날 수 있나? 얼마 전엔 음악 페스티벌 ‘하우스 오브 원더’에 다녀왔고, 곧 뷰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상시 연출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지금은 그로브 쇼룸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그로브 몬스터가 궁금하다면 서둘러 와서 보는 것이 좋겠다. 말했듯이 나는 진득하지 못해서 어느 날 갑자기 몬스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웃음)
그로브(grove)
다채로운 꽃을 다루는 플라워 브랜드.
플라워아트나 플랜테리어 등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근 논현동에 새로운 쇼룸을 오픈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30길 13 2층
운영 시간 월~금요일 09:00~19:00, 토요일 09:00~17:00, 일요일 휴무
문의 @grove.flower, 02-514-9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