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디어 데드(Dear Dad)’를 선보였다. 아버지라는 존재에게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언지 궁금하다.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사진이나 영상 작업을 이어가던 어느 날, 뉴욕의 공원에서 한 남자아이와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 아들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아들이 재잘거리며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일찍이 내 곁을 떠난 아 버지가 생각나 공허감을 느낀 때문이다. 내 아버지는 나에게 그다지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날 공원에서 그 부자를 지켜보며 깨달았다. 그래서 한없이 따뜻한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서 ‘디어 데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뉴욕의 아버지와 자녀들을 촬영한 사진들과 약 7분 길이의 영상 한 편으로 구성했다.

사진과 영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촬영했나?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여러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아버지들을 찾았다.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와 자녀들이 나를 그들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들이 익숙한 장소에서 친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아버지와 아이가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영상을 촬영할 때는 내가 미리 대사를 써두었지만, 그들이 즉흥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도 포착했다.

영상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일곱 살 아이 3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뉴욕 시내에서 어른들의 시선을 피해 장난스러운 모험을 하던 아이들은 저녁이 되자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자 자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아빠는 잘생겼고, 나를 아주 높이 들어 올릴 수 있어. 그리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일요일마다 팬케이크를 만들어줘.” 이런 이야기들이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가 아버지와 나누고 싶었던 모든 경험과 감정이 세 아이의 대화에 담겨있다. 부성이 이뤄낸 마법 같은 순간을 목격하고 축하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

영상에 대한 설명으로 ‘큰 감정, 작은 세상(Big Feelings, Small World)’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아이들은 나이가 어려 어른에 비해 작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여겨지기 쉽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고 풍부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내어주는 사랑은 어떤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2천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아버지 없는 집에 살고 있고, 아버지가 있어도 감정적으로는 부재한다고 느끼는 아이들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특히 뉴욕과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 사람들에게 남성은 무뚝뚝하고 정이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성을, 아버지를 보고 싶다. 부성은 자녀뿐 아니라 아버지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아름다운 행동이다. 물론 아버지도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계속 배울 필요가 있다.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부성의 교집합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

아버지의 사랑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는 아이들이 올바른 행동, 정직한 마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준이 된다. 어린시절에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과정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지속된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곧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을 조명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자녀의 신체를 든든하게 보호하고 마음을 보듬어주는 아버지의 사랑은 어떤 선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

이 프로젝트를 마주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성을 담은 이 프로젝트가 당신의 얼굴에 미소를 띄울 수 있기를, 당신이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게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성이 충만한 아버지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 행성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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