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이변은 경신된다. 매일 전해지는 폭우와 폭설, 폭염의 경보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무분별하게 생명을 죽이고, 먹고, 낭비하고, 버린다. 그 가운데 절망을 딛고 내일에 오늘의 재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라, 재앙의 시나리오대로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늘, 우리, 이곳임을 믿는 새 시대의 새 사람들. 이들이 쟁취할 내일에 대하여.

 

사공성수

1998, 작가 겸 크리에이터 (@sungsoo_onfire)
비건이자 퀴어로 살아가며 읽고 쓰며 행동한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명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로부터 내일을 위한 지속 가능성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귀여운 강아지든 못생긴 강아지든, 시골의 소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농업인이든, 전문직 종사자든
모두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사회.
이 중 하나의 변화라도 내 눈으로 보고 겪고 싶다.


최대 관심사
동물권과 비거니즘. 이 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퀴어로서 이 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내쫓겨 장난감, 도구, 고기가 되는 생명들과 연대한다.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모든 행동이 지구 위 다른 구성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행동과 실천 비거니즘과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책방 풀무질에서 2년간 일하며 종종 이에 관한 글을 썼다. 그 덕분에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출판과 행사 기획 등 서로가 하는 일을 도우며 같이 즐겁게 실천할 수 있었다. 그 밖에는 내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 비거니즘을 알리고 선택권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주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의식주 전반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하고, 생활용품은 대부분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사용하며 인스타그램에 비건 계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언한다. 필요하면 종종 시위에도 참여한다. 계속 배우며 끊임없이 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참기 어려운 일 자신은 절대 못 한다고 말하는 것. 주로 내가 동물(고기)을 먹지 않는다고 말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 건 난 진짜 못하겠어. 환경 보호 너나 해’ 하는 태도를 접할 때 제일 화가 난다. 과거에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 적 있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일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채식을 할 때도 있고, 쓰레기를 줄이려고 일상적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그저 지속하기가 조금 어려울 뿐이다. 그러나 나는 못 한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 되고 만다. 환경보호와 비거니즘을 외주로 맡기는 것은 무너져가는 환경 속에 사는 21세기 지구인으로서 더없이 무책임한 행동이다.

낙담 속 희망 좋은 날씨. 잘 익은 제철 과일과 채소. 우연히 마주친 비건 플레이스와 인연. 정말 힘들었던 날 친구가 해준 비건 음식. 멀리서 내 글을 읽고 댓글로 남기거나 일터로 찾아와 직접 전해준 독자의 한마디. 같이 실천하는 친구들의 존재. 그들이 전해주는 사랑. 생생하게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 드물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한두 명의 정치인. 그레타 툰베리의 웃긴 트윗. 내 의견을 표출했을 때 드는 후련함. 공들여 글이나 영상을 한 편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가끔씩 느끼는 변화의 기쁨 속에서 희망을 본다.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당신의 미래는 닫힌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고 세상이 계속 변해가듯 미래가 없을 수는 없다. 최악의 미래도 미래고 그보다 찔끔 나은 미래도 미래다. 결국 내가 어느 쪽으로 걸어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의 실천은 어찌 보면 결국 나의 삶이고 가능성이기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제한이 다른 누군가의 삶까지 파괴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리고 싶다.

우리가 바꿀 내일은 내가 퀴어이고 고기를 안 먹는다고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일터. 장애인과 퀴어들이 활보하는 길거리. 비건 식당으로 가득찬 도시. 동물원과 펫 카페, 도살장과 정육 코너가 없는 사회. 환경과 지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고려하는 정치. 동물 학대를 살인과 같은 범죄로 대하고 판결하는 법정. 귀여운 강아지든 못생긴 강아지든, 시골의 소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농업인이든, 전문직 종사자든 모두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사회. 이 중 하나의 변화라도 내 눈으로 보고, 겪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