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이변은 경신된다. 매일 전해지는 폭우와 폭설, 폭염의 경보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무분별하게 생명을 죽이고, 먹고, 낭비하고, 버린다. 그 가운데 절망을 딛고 내일에 오늘의 재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라, 재앙의 시나리오대로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늘, 우리, 이곳임을 믿는 새 시대의 새 사람들. 이들이 쟁취할 내일에 대하여.

 

 

김비

1993, 가구 제작자 (@iamkimbi)
미적 혹은 기능적으로 쓸모를 다한 가구를 단순히 고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의 가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FOA recycling center’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하여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

행동의 시작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으로 값싼 가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다. 쉽게 구매한 가구는 유 행이 바뀌면 쉽게 버려진다. 마치 우리가 길을 걷다 버려진 가구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가구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쉽게 가구를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가구에 대한 관심과 안목도 생기는 동시에 수요 역시 줄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어쩐지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내가 시간과 마음을 쏟아 만든 가구 역시 그렇게 쉽게 버려질 수도 있다는 반증이니까. 만약 내가 만든 가구가 놓였던 가게가 문을 닫는다면, 그곳에 있던 가구들은 역할을 잃고 여기저기 떠돌다 버려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버려진 가구를 리사이클링 하기로.

주변과 나누는 방법 말보단 행동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버려진 가구를 가지고 와 하나둘 리사이클링 하다 보니 예전에는 길가에 버려진 가구를 봐도 다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면, 지금은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주곤 한다.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버려진 가구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주목하는 이슈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아주 값싼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 값이 싼 만큼 내구성은 떨어진다. 사는 사람들도 ‘쓰다 고장 나면 버리고 또 사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길가에 버려져 있는 가구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게 구매한 가구들일 거다. 물론 좋은 가구를 가지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가 꺼려지지만, 하나 정도는 마음에 드는 가구를 소비해 봤으면 좋겠다. 애착하는 가구를 만나면 쉽게 버리는 일이 줄어들 테고 다른 가구들도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가구로 바꾸게 될 것이다.

낙담 속 희망 주위를 둘러보면 소수이지만 미래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다 같이 모여 해양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유기견 봉사를 간다거나. 그들은 강요하지 않고 자기의 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처럼 미래를 위해 힘쓰는 일에 무관심한 것일 뿐 비관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전파하는 모습에서 나 또한 더 관심을 갖게 되고 힘을 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