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이지현

문화기획자

30여 만 명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을 운영 중이다. 글을 쓰거나 강연도 진행하며 예술을 위해 다방면으로 일하고 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탐구를 예술이란 언어로 선보이려는 수많은 시도를 응원해왔다

 

Place

©구하우스

구하우스 전국 곳곳의 미술관을 ‘도장 깨기’ 하던 시절,양평에 집을 컨셉트로 한 미술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실제 집처럼 거실과 서재 등으로 구성한 덕분인지 머무는 내내 편안했고, 작품 감상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후 매해 이곳을 찾아가고 있고, 지난 주말에도 다녀왔다. 현재 5백여 점에 이르는 컬렉션은 꾸준히 추가되는 중인데, 방문할 때마다 새롭게 접하는 작품들이 많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신기한 아이템으로가득한 뮤지엄 숍도 둘러보기를 권한다.@koohouse_museum

 

©Winnie Yeung at Visual Voices/M+, Hong Kong

M+ 뮤지엄의 라운지 올해부터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아트 마켓이 발달한 곳이라 주말이면 옥션 하우스와 갤러리를 여러 곳씩 찾아 다니곤 한다. 2년 전 문을 연 M+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어 방문했는데, 아름다운 건물과 전시 퀄리티에 반해 바로 멤버십에 가입했다. 또 다른 이유는 멤버십 가입자만 갈 수 있는 최상층 라운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KusamaYayoi)의 작품에서 영감 받은 애프터눈 티 세트 등 독특한 메뉴가 많고, 공간 자체도 근사하기 이를데 없어 자주 들른다. @mplusmuseum

 

What’s In My D Bag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 새로운 SNS 채널들이 등장하며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상이 올라오면 반드시 보는, 그것도 ‘아껴가며 보는’ 채널이 있다. <충코의 철학>은 다른 곳에서는 진지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미처 꺼내지 못하는 주제를 다뤄준다. 자신만의 언어로 신중히, 그러나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이 채널이 무척 소중하다.

 

온라인 플랫폼 ‘(FIGK)’ 에디터들이 4백 자 이내의 글을 통해 온라인 링크를 매주 새롭게 추천한다. 링크의종류는 유튜브 채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웹 기사, 인스타그램 계정 등 다양하다. 나 또한 이곳에서 에디터로 활동 중인데, 다른 에디터의 추천이 궁금해 매주 들어간다. 디지털 홍수의 시대, 놓치면 후회할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 figk.net

 

앱 ‘BGA’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1시에 미술 관련 에세이를 보내주는 앱. 디지털 디톡스를 하겠다며 한동안 구독을 끊었다가 최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직업상 미술이 오직 일로만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는데, 알람이 울리며 배달되는 말랑한 글들을 읽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Person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the artist and Tina Kim Gallery

이미래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미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강렬한 현대미술의 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고, 그의 신작이 궁금해졌다. 미국의 뉴 뮤지엄에서 전시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땐 당장 비행기에 오르고 싶었다.

 

Shopping List

©Coravi

코라빈의 와인 보존 시스템 술을 좋아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며 가볍게 한 잔 즐기는 걸 좋아해 와인을 오픈하는 걸 망설이곤 한다. 남은 와인을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코라빈(Coravin)의 와인 보존 시스템이다. 코르크를 따지 않아도 병에 든 와인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는 제품으로, 캡슐에 든 가스의 압력을 활용해 가느다란 바늘로 와인을 따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며 남은 와인의 변질도 방지해준다. 가격이 착하진 않지만, 비싼 와인을 오래오래 두고 마실 수 있으니후회 없는 소비였다. 와인을 사랑한다면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hibition / Book / Movie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 <방랑자들>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노벨 문학상에 호명되어 호기심에 구매한 그의 대표작. <방랑자들>을 읽으며 ‘책과 내가 교감하는 느낌이란 이런 걸까’ 싶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표류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정답이 없는 예술 세계에 빠져 지내는 내 삶과 닮은 것 같았다.삶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그보다는 삶이라는 것에 끝없이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영화 <미드소마> 아리 애스터 감독의 신작 개봉을 기념해 그의 전작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사회에 다녀왔다. 두번째 관람이었는데, ‘단 한 번도 어두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 공포영화’라는 수식에 이끌려 본 첫 관람 때와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린 주인공의 표정에서는 왠지 모르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환희가 느껴지기도 했다.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도덕적 기준, 규율과 규칙이 깨지는 순간이 내게도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