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김상인

미술가

회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 지난 5월,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던 재즈 클럽 ‘오픈 도어(Open Door)’에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시리즈의 일부를 모아 개인전 를 열었다.

Place

디파트먼트 이엔 조용한 연희동 골목에 위치한 디파트먼트 이엔은 무심코 걷다 가도 멈출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닌 카페 겸 바다. 개인적으로 공간의 컨셉트나 로고 디자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인데, 디파트먼트 이엔은 감성적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과 공간이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겨 자꾸만 찾아가게 된다. @department.en

라이카 시네마 오디오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소식을 접하며 알게 된 극장으로, 규모가 50석으로 소박하지만 쾌적한 공간이다. 최근에는 이 영화관에서 <슬픔의 삼각형>을 감상하기도 했다. 보고 싶은 귀한 영화가 조조나 심야에 겨우 한두 번 상영해 아쉽다면 찾아가볼 만하다. @laikacinema

 

Person

박문호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논리와 의미에 갇혀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과학자 박문호는 과학적 접근으로 철학적 의미를 해석한다. 물론 이것은 그가 하는 일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나에겐 이런 해석이 불필요한 의미를 찾는 데 쓸 에너지를 덜어주어 더없이 고맙다.

 

Shopping List

오디오 진공관 부품 빈티지 오디오와 관련해서는 미신이 난무한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과한 의미 부여다. 60년 전에 만든 오디오가 성할리 없다는 걸 알지만, 취미의 영역에선 구하기 어렵고 비쌀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눈 딱 감고 러시아에서 제작한 신형 진공관 부품을 구해 내가 갖고 있던 빈티지 오디오 앰프에 연결하자, 그간 오리지널리티를 고집하고 잡음과 고장을 견디며 받은 스트레스가 단숨에 날아갔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Exhibition / Book / Movie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슬픔의 삼각형> <더 스퀘어>,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 네 편 모두 올해 봤지만, 근래 2~3년 사이 감상한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뻔한 소재나 주제를 저마다의 개성으로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움이란 늘 곁에 있지만 우리가 지나치길 기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