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이혜진
공간 & 와인 디렉터
자양동 ‘에이커’에서 매니저로 근무했고,
2021년 늦가을부터는 지하철 약수역 부근에 자리한
와인 바 ‘코랄’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술과 음식, 공간 모두 자연스럽고 안온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Place
쿠킹 클래스 스튜디오 <채소 가득 이탈리아 가정식>의 저자 이현승 셰프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를 꾸준히 수강 중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고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데, 두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수업이라 관심을 갖게 됐다. 건강한 채소로 다양한 이탈리아 가정식을 만들어보고 수업 과정 중 농장에 가서 직접 작물을 수확하는 점, 시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포함된 커리큘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계절을 감각하며, 재료 본연의 에너지를 담아낸 요리를 즐기는 건 언제나 매력적이다.
제스트 지속 가능한 파인 드링킹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내걸고 제로 웨이스트 컨셉트로 운영하는 바 제스트는 외관과 입구에서부터 메뉴의 재료들까지 통일된 톤으로 기획이 잘된 공간이다. 모든 칵테일 메뉴가 창의적인 데다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까지 직접 만드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바텐더마다 특유의 에너지도 좋아 맛있는 술이 생각날 때마다 찾게 되는 바다. @zest.seoul
What’s In My D Bag
인스타그램 @samyoukilis 세계 곳곳(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상황을 짧은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계정. 자신이 바라보는 순간을 생동감 있고, 아름답게 담아내 자주 보게 된다.
유튜브 채널 <와인 마시는 아톰> 부르고뉴와 샹파뉴 지역의 와인 정보와 트렌드를 가장 전문적으로 알려준다.
Person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영화 <피나>를 본 것은 나에게 꽤 큰 사건이었다. 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고, 관념과 감정 등을 때론 적나라하게, 때론 강렬하게 몸으로 표출하는 무용가 피나 바우쉬에게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영화를 본 후 그의 삶에 관심이 생겨 관련 다큐멘터리와 책 <피나 바우쉬: 끝나지 않을 몸짓>까지 섭렵하며 그가 얼마나 혁신적이고 열정적이며, 진솔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해냈는지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삶이 무료할 때, 고민이 생길 때마다 그의 무대를 보면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고 어떤 에너지가 솟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Shopping List
베이스레인지의 의류 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결국 입었을 때 불편하면 손이 가지 않는다. 베이스레인지의 의류는 옷에 내 몸을 맞춘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 몸과 옷이 자연스럽게 편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느낌을 준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내가 어떻게 입는지에 따라 핏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몸을 옷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브랜드다.
Exhibition / Book / Movie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 에릭 로메르감독의 작품이 지닌,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영상미를 좋아한다.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보아도 아름다운 영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살핀 점 또한 그의 영화가 지닌 아름다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