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양보연

콘텐츠 디렉터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동시대적 관점에서 보다 나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Place

©양보연

고성 천진해변 5년 전쯤 이 해변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그 친구는 다른 친구를 소개했고, 우리는 여름이라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됐다. 파도가 치는 날에는 서프보드를 안고 바다에 몸을 던졌고, 볕이 내리는 날에는 백사장에 누워 세월아 네월아 맥주를 마셨다. 어쨌든 웃는 얼굴로 보낸 시간이었다. 그 볕과 바다와 해변 그리고 친구들이 전쟁 같은 일정에 치여 사는 요즘 가장 절실하다.

가고시안 파리 리처드 세라의 거대한 조각품이 있다. 공간을 지배할 만큼 크고, 관람객의 행동을 재설정하듯 비좁은 작품 사이의 공간을 거닐게 했다. 업스테이트 뉴욕의 디아 비콘에는 더 많은 리처드 세라의 조각품이 있지만, 가고시안 파리의 그것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내가 작품에 압도당한 건 처음이었다. @gagosian

What’s In My D Bag

인스타그램 @oscarpiccolo 1995년생 젊은 작가 오스카르 피콜로는 제 삶을 반영한 조명을 만든다. 눈부신 볕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가나, 터키, 이집트, 리비아를 오가며 자란 그의 삶이 조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졸업 작품이자 대표작인 ‘람파다 카펠로(Lampada Cappello)’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금속 장인에게 받은 철제를 기반으로 하고, 주름진 전등갓은 런던 외곽의 개러지에서 만들어 조립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조명은 시칠리아의 볕을 상상하며 그게 유럽과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어디서나 자연스럽길 바란다.”

 

인스타그램 @cristaseya 르메르의 전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카시니가 르메르의 단정함과 자신이 나고 자란 모로코의 생기를 브랜드 크리스타세야(Cristaseya)에 오롯이 담아낸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는 계정이다. 모로코 토기 화분 장인이 만든 귀여운 화분과 1990년대 질 샌더를 떠올리게 하는 단정한 의류가 한 컬렉션에 묶인다. 이와 더불어 한국과 모로코 혼혈인 홍원지 디렉터가 브랜드를 함께 만들고 모델로도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Person

윌 웰치(Will Welch) 가장 동시대적인 에디터를 꼽으라면 미국 <GQ> 편집장 윌 웰치가 아닐까. 그는 저스틴 비버가 ‘Peaches’로 난데없이 엄청난 인기를 호령할 때, 그를 거꾸로 매단 사진을 커버로 내걸었다. 저스틴 비버가 세상을 뒤집은 건지, 그가 뒤집힌 건지는 윌 웰치와 커버를 촬영한 라이언 맥긴리만 알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화보는 물론, 기존 매거진의 페이지 수를 대폭 줄이고, 온라인 매거진의 함량을 높이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미국의 유명 라이선스 매거진들이 그 방식을 따랐다.

 

Shopping List

피카소의 리소그래피 피카소의 그림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했다. 무려 흑백 판화다.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선물했고, 엄마는 신줏단지 모시듯 벽장 한편에 고이 넣었다. 그렇게 들여다보지도 않으면서 아끼는 거라고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