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키스(kiss)

지난 6월, 이태원로 234-1에 ‘kiss’라는 이름으로 소프트 오프닝 파티가 열렸고, 파티 컨셉트가 곧 가게 이름이 됐다. 패션 셀렉트 숍 키야기(Chiyagi)와 레코드 바 스네일레코드앤바(SnailRecord andBar)가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이 두 곳 이상으로 감각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중이다. 허지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몽크스델리

해방촌에 위치한 비건 델리로 대체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테디셀러인 오렌지 치킨 라이스와 다양한 푸딩류를 추천한다. 최근에는 테라스 좌석이 생겨 날 좋은 오후에 비건 플레이트에 비건 와인을 곁들이며 계절을 만끽하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monksdeli허지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파트먼트 이엔

조용한 연희동 골목에 위치한 디파트먼트 이엔은 무심코 걷다 가도 멈출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닌 카페 겸 바다. 개인적으로 공간의 컨셉트나 로고 디자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인데, 디파트먼트 이엔은 감성적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과 공간이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겨 자꾸만 찾아가게 된다. @department.en 김상인(미술가)

 

라이카 시네마

오디오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소식을 접하며 알게 된 극장으로, 규모가 50석으로 소박하지만 쾌적한 공간이다. 최근에는 이 영화관에서 <슬픔의 삼각형>을 감상하기도 했다. 보고 싶은 귀한 영화가 조조나 심야에 겨우 한두 번 상영해 아쉽다면 찾아가볼 만하다. @laikacinema 김상인(미술가)

 

퍼멘츠

비건 레스토랑. 매장 내 빈티지 스피커에서는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 위로는 미러볼이 은은하게 돌아간다. ‘chill’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모든 음식은 주인장이 직접 발효시킨 소스를 이용해 비건식으로 조리한다. 콤부차 또한 직접 발효시켜 그 맛이 가히 독보적이다. 만약 알코올을 좋아한다면, 콤부차 하이볼을 강력히 추천한다. @ferments.seoul CHAE(DJ)

 

파르고

집 근처 해방촌에 위치한 카페라 처음 오픈할 때부터 눈여겨보다 찾아가게 되었다. 라테에 오트 밀크로 변경 가능한 옵션이 있는 걸 확인한 뒤 줄기차게 드나드는 중. 가게 내부가 온통 검은데도 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밝은 때문인지 전혀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을 배려해 티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cafepargo CHAE(DJ)

 

쿠킹 클래스 스튜디오

<채소 가득 이탈리아 가정식>의 저자 이현승 셰프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를 꾸준히 수강 중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고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데, 두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수업이라 관심을 갖게 됐다. 건강한 채소로 다양한 이탈리아 가정식을 만들어보고 수업 과정 중 농장에 가서 직접 작물을 수확하는 점, 시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포함된 커리큘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계절을 감각하며, 재료 본연의 에너지를 담아낸 요리를 즐기는 건 언제나 매력적이다. 이혜진(공간 & 와인 디렉터)

 

제스트

지속 가능한 파인 드링킹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내걸고 제로 웨이스트 컨셉트로 운영하는 바 제스트는 외관과 입구에서부터 메뉴의 재료들까지 통일된 톤으로 기획이 잘된 공간이다. 모든 칵테일 메뉴가 창의적인 데다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까지 직접 만드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바텐더마다 특유의 에너지도 좋아 맛있는 술이 생각날 때마다 찾게 되는 바다. @zest.seoul 이혜진(공간 & 와인 디렉터)

 

르몽트뢰

경남 진주에 있는 LP 바. 커피와 위스키 등을 마시며 주인장이 직접 큐레이션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르몽트뢰가 권하는 음악을 그곳의 아날로그 장비로 감상한 경험이 내 음악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열어준 듯하다.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함께 즐기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서울에서 진주까지 기꺼이 가고 싶게 만든다. @le_montreux 쏠(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