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충분해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요.” 목소리를 내기도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탄 티구안은 원형 터널에서 한쪽 앞바퀴를 공중에 띄운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무게중심이 달라져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

“Not enough!” 그는 영어가 서툴렀지만, 이번만큼은 무척 명확하고 단호했다. 독일인 인스트럭터는 한쪽 앞바퀴를 공중에 띄운 채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선보였다. 우리가 신음과 비명을 내뱉을수록 그는 짓궂게 차를 흔들었다. 온 가족이 편안하게 타는 티구안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을까. 손잡이를 꽉 움켜잡은 채 인스트럭터를 노려봤다.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는 폭스바겐그룹의 자동차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가 있다. 이곳에서는 폭스바겐의 공장을 견학할 수 있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직접 수령할 수도 있다. 또 폭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 등의 브랜드 체험관도 경험할 수 있다. 폭스바겐 SUV를 체험하는 공간도 있는데, 일반 도로가 아닌 특수 제작한 인공 구조물을 통과하는 코스로 구성했다. 오프로드에 일가견이 있는 투아렉을 타려 했지만, 모두 예약되어 티구안을 선택했다. 하늘도 무심하지, 독일까지 와서 티구안을 타야 하나. 우리의 아쉬움을 모르는 듯 티구안은 빠르게 출발했고, 실망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티구안(Tiguan)은 유희를 위해 선택하는 차는 아니다. 주로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 가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차지만, 휠과 타이어가 바뀐 R-Line은 서킷을 달려도 어색하지 않다. MQB 플랫폼을 통해 완성된 견고한 뼈대는 복잡한 인공 구조물과 오프로드에서도 차체가 비틀리는 것을 막아준다. 오랜 기간 단련된 TDI 엔진과 TSI 엔진은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킨다. 적절한 크기, 간결하고 직관적인 실내 디자인은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티구안의 장점은 뛰어난 기본기에서 발현된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생산과 비용에서 제약이 따른다. 모든 자동차 회사의 고민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자동차그룹을 세운 것이 폭스바겐이다. 티구안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오버 엔지니어링으로 알맹이가 꽉 차 있다. 이런 티구안도 약점은 있다. 티구안은 유럽의 좁은 도로와 주차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운동 성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의 크기를 제한했다. 이 덕분에 유럽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소비국인 미국에서 발생했다. 모든 것이 크고 넓은 미국에서 티구안의 크기는 흥미를 일으키기에 부족했다. 크기 걱정이 없는 곳에서 실용주의는 힘을 잃었다. 중국에서도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폭스바겐은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의 디자인을 유지한 채 차의 크기를 키웠다. 길이를 늘여 3열 시트를 갖춘 7인승 모델까지 개발했다. 차체는 한 뼘 정도 길어졌다. 무작정 길이만 늘어나면 자동차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앞바퀴와 뒷바퀴의 간격도 110mm 늘였다. 그 결과 실내 공간이 넓어지고, 트렁크도 확장됐다. 이제 미국에서도 작다고 무시당할 수준이 아니다. 크기가 커진 티구안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티구안 올스페이스(Tiguan Allspace)라 불리며,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와 티구안의 또 한가지 다른 점은 엔진이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미국을 겨냥한 만큼 가솔린엔진을 장착했다. 이 덕분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넓은 선택지를 갖게 됐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티구안과 용도가 다르지만, 시대의 흐름과 ‘같은 값이면 큰 차’라는 인식이 더해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티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올해 7월까지 국내 누적판매 7만대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