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시 ‘The Second FLOW “The New Olds”’이 2024년 1월 5일부터 진행됩니다. 3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예술’에 대한 정의와 가치를 새롭게 그리는 작가 지누박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품은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그 내면의 울림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끊임없는 소멸과 탄생이 반복되는 과정 속 재생은 작가에게 중요한 작업의 모티브가 되곤 합니다. 어떤 하나가 온전히 소멸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다른 하나의 탄생과 성장은, 우리의 사람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주곤 합니다. 작가 박지현, 지누박, 황혜선 세 명의 작가가 모여 <The Second FLOW “The New Olds”> 전시를 엽니다. 그중 작가 지누박과 새로운 그룹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누박 작가의 가장 대표작인 ‘No More Art’ 시리즈는 버려진 캔버스를 소재로 합니다. 이번 전시 주제와도 잘 맞는 시리즈일 텐데요.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교 캠퍼스를 방학 기간에 가면 쓰레기통과 길 한 켠에 버려져 있는 캔버스들을 종종 발견하곤 했어요. 매 학기 학교 청소를 할 때, 주인 없이 방치되어 온 학생 작품들이 버려지는 것인데요. 처음에는 그중 잘 그린 그림 몇 점이 아까워 주워왔어요. 그런데 점차 의아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학생들은 작품을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이 노력한 시간과 자신의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지 못해서일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갈래를 뻗어갔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명확한 하나의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폐기되어 버려진 예술 작품을 어떤 식으로든 다시 살려내 전시하고 이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어야겠다고요. 미완성된 작품을 제가 완성하고 그 위에 ‘No More Art’라는 역설적인 텍스트를 그 위에 얹어 전시를 하게 된 것이 그 시작합니다.
미완성된 캔버스 위에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의 텍스트가 페인팅으로 더해집니다. 텍스트를 쓰는 순간,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요.
초기에는 작업 하나하나와의 조합이나 대비를 위주로 생각했다면 요즘은 전체 작품이 설치될 때의 공간과 관계성, 의미에 대해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림과 너무 잘 어울려도 문제고 너무 따로 놀아도 문제니까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병치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붓으로 글씨를 써갈 때, 획의 운동성과 그림 안에서의 배치가 아주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버려진 캔버스를 가져올 때, 작가만의 기준이 있나요.
미완성된 작품 또한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으로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주 잘 그린 작품과 아주 미숙한 작품이 동시에 다른 매력을 지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작업을 덧입히려고 하죠. 가끔 제가 감당하기 힘든 작품은 작업실에 묵혀두기도 합니다.
‘No More Art’라는 시리즈 명을 듣고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작가 지누박이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인가요?
무척 크고 본질적인 질문이군요(웃음). 저의 작가 노트에 쓴 것이 답이 될 것 같아요. “언제인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테리어 서적에서 본 파리의 주택 거실 코너 액자 속에 쓰여 있던 문구. 그 작은 사진 속에서 그저 스치며 지나쳤던 그 문구가 머릿속에 머물며, 여러 가지 영감의 시작이 되었다. 그 후로 다시 그 책을 찾지는 않았지만, 20년이 지난 후 영감으로 떠오른 그 문구를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캔버스 위에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해 가며 나만의 페인팅을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액자 속 그 작업은 스위스 아티스트 ‘벤 보티에르(Ben Vautier)’의 판화 작품이었다.” 한때 작가 백남준도 활동했던 플럭서스(Fluxus) 멤버인 벤 보티에르가 캔버스 위에 반미학주의적 태도로 그림보다는 글을 써왔던 작업이 결과적으로는 제 작업의 영감이자 시작점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근본적으로 사람들과 사물을 관찰하며 그 쓰임의 재해석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하는 저의 예술관과도 강한 연결 고리를 갖습니다. 동시에 현대 예술을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무엇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그런 어려운 미술을 선호하는 현대 미술관과의 아이러니한 관계성이 저라는 아티스트에게 예술에 대한 의욕을 끓어오르게 하죠. 저는 이 과정 속에서 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요.
작품을 작업하는 중에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혼자 재미있을 때?(웃음) 주로 새벽 2시나 3시쯤, 몰입의 결과물들을 혼자서 배치하고 이것저것 발견할 때, 가장 설레요.
영감을 받는 순간은요?
주변의 익숙한 것들, 특히 오래된 것이나 브랜드, 대중문화, 인간의 다양한 행동 방식 등 저에게 익숙한 것들 것 낯설게 느껴지고 때로는 전혀 새롭게 느껴질 때,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그럼 이번 <The Second FLOW “The New Olds”> 전시에서 작가의 ‘No More Art’ 연작을 만날 수 있을까요?
보다 다양한 ‘No More Art’ 시리즈를 전시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전시 공간에 맞는 작업들을 고르고 재조합할 예정인데요. 설치하는 과정에서 다른 두 분의 작가의 작품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해 전시하려고 합니다.
그중 가장 이번 주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을까요?
전체 전시 주제인 ‘소멸과 재탄생’에 맞추어 하나의 독립된 작품보다는 여러 그림이 레이어되어 멈추어진 시간의 연결 속에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되네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전시는 <The Second FLOW “The New Olds”> 소멸과 탄생,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의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누박 작가가 생각하는 소멸과 탄생의 순간은 언제일까요.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장황한 설명일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안에서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우리는 모두 하나의 소중한 에너지로 태어났으며 또 언젠가는 돌아갈 것’이라는 것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The Seceond FLOW “The New Olds”>
기간 │2024. 1. 5 – 1. 30
시간 │ 11:00 – 18:30
장소 │ 토브(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226 더북컴퍼니 지하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