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혁신의 에너지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 항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세대를 둘러싼 10가지 키워드를 선별해 그들에게 각 키워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어떤 집단을 몇 개의 단어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실패를 전제하더라도 다가올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라 믿으며.
DIGITAL NATIVE
디지털·기술 친화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가상현실,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의 등장에 빠르게 적응하고 또 그것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편. 온라인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 의존도와 중독 위험성도 높다.
👩💻작년에 수험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아이패드에 <수능 특강>을 비롯한 대부분의 교재를 담아 다녀서 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어깨가 가벼운 수험생이라니! 배소혜, 대학생, 2004년생
🧭 디지털 기기 없는 세상이 온다면 학교를 조퇴해버릴 거다! 교과서만 공부하면 심심하니까…. 문지원, 초등학생, 2014년생
📚 책보다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보는 게 편하다. 책에는 글이 너무 많아서 어지럽고 읽기 부담스럽다. 임태수, 고등학생, 2007년생
✨ 디지털 기기 때문에 공부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없으면 불안한 느낌. 매일 끊어야지 생각하고 인스타그램을 지웠다가 바로 다시 설치한다. 계속 알림이 오니 집중도 안 되고, ‘이거 하나만 보고 해야겠다’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한참 흘러 있다. 김은혜, 중학생, 2010년생
🎨 대부분의 학교가 1인 1태블릿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패들릿 같은 디지털 기반 참여형 기술을 활용하고, 미술 시간에는 스케치북 앱을 이용해 디지털 드로잉을 가르치기도 한다. 교과서에도 QR코드가 실려 있어 VR 기술을 활용한 과학 실험 영상 등을 학생들이 직접 태블릿에 입력해 시청할 수 있다. 교과서를 활용하는 아날로그 중심의 수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박민지, 초등학교 교사, 1999년생
SPEAK IT OUT
인플루언서블 세대
자신이 지닌 영향력을 인지하고 직접 행동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세대. 팬데믹이나 산불 같은 재난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SNS 챌린지에 참여하는 등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크고 작은 일을 실천한다. 특히 Z세대는 온라인 청원 서명, 해시태그 운동 등 클릭 한 번으로 사회·정치적 이슈에 의견을 표명해 ‘클릭티비즘(Clicktivism)’ 세대로도 불린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 법안이 통과되기 전, 관심을 촉구하고자 설문조사나 영상 등을 만들어서 SNS에 게시한 적이 있다. 임공아름, 대학원생, 1998년생
🖱 사회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1970~1980년대 학생운동과 비교하면 요즘 세대의 해시태그 운동은 보여주기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아 모든 일에 대해 숙고하기를 바라기는 어렵지만, 딱 해시태그 정도의 사고만 가득한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인다. 강수지, 교사, 1998년생
📍 연대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때 SNS에 적극적으로 올리는 편이다. 최근에는 모 게임 회사의 애니메이션 작화 이슈를 접하고 주변인들이 함께 연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관련 포스팅을 리그램했다. 박성영, 대학생, 1998년생
🧨온라인 청원이나 서명은 해본 적 있지만 딱히 내 영향력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온라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김준희, 고등학생, 2005년생
RAW & REAL
진정성이 중요해!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콘텐츠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보여주기식 SNS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감이 증가하며 오히려 날것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것. 정해진 시간에 단 한 번, 전·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찍은 원본 사진만 공유할 수 있는 SNS 비리얼의 유행이 그 사례. 한편 편집과 연출을 최소화한 정제되지 않은 영상에 주목하기도 한다. 나영석 PD의 <채널 십오야>, 유재석의 <핑계고> 등 시각적 장치보다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중심에 두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나 감성 사진을 많이 올려서, 따라 올리지 않으면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SNS에 올리는 건 모두 자기 인생의 하이라이트 같은 부분일 텐데, 알면서도 ‘나는 왜 이러지?’라고 자책한다. 유튜브 <주둥이방송> 같은 가벼운 토크 콘텐츠도 즐겨 본다. 이려경, 중학생, 2010년생
🏃♀️ 나영석이나 침착맨의 토크 콘텐츠를 좋아하지만, 그 역시 날것이라 할 수 있나 싶다. 비리얼을 자주 쓰는데 이것도 두세 번의 시도끝에 잘 나온 사진을 올리게 된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드러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박지연, 대학생, 2002년생
🤳 애초에 날것의 콘텐츠라는 게 존재할 수 있나? 인터넷에 무언가를 올린다는 건 내가 올린 콘텐츠가 널리 퍼져 누구나 볼 수 있다는 데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한다. 누구나 SNS에 무언가를 올릴 땐 무의식적으로 검열을 거친다. 누군가는 내 콘텐츠를 볼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왜 SNS에 올리나? 그냥 사진 뽑아서 일기장에 붙여놓지. 인간의 진짜 날것의 모습은 추잡한 면, 동물적인 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장면은 인스타그램에 절대 올릴 수 없다. 1백억원을 준다고 해도 안 올릴 거다. 박민영, IT 서비스 기획자, 1997년생
📣 인스타그램의 보여주기식 콘텐츠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만,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표현이 나와도 비판하기 애매해진다.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이들에게 선정성 짙은 날것의 콘텐츠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나? 김솔, 대학생, 2000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