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은 BTS와 블랙핑크의 성가를 기점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지속 진입하며 성과를 증명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빌보드 차트는 음원 스트리밍과 라디오 송출량 등 데이터 반영 방식을 개편하며 글로벌 음악 산업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미국 시장 내 K팝 비중은 여전히 마이너리티 수준이므로 빌보드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는 건강한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오랜 기간 K팝 그룹의 성공을 논할 때 자료로 거론된 것은 음악방송이나 국내 음원사이트의 순위였습니다. 2009년 10월, 전략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원더걸스의 ‘Nobody’가 76위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고,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차트 2위를 7주간 기록했을 때만해도 이런 일은 이벤트성의, 별개의 특별한 뉴스처럼 다뤄졌죠. 하지만 2020년 전후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BTS(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BLACKPINK)라는 쌍두마차가 생기면서 ‘빌보드’ 차트 진입은 더이상 머나먼 일이나 단발성 사건이 아니게 됐거든요. BTS는 2018년 ‘Love Yourself: Tear’ 앨범으로 ‘빌보드 200’ 1위를 처음으로 거머쥔 것에 이어 2020년 ‘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업적을 달성했죠. 그 후 ‘Butter’, ‘Permission to Dance’ 등 활약은 잘 알려졌습니다. 2020년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Ice Cream’으로 ‘핫 100’에서 13위를 기록한 블랙핑크도 2022년 정규 2집 ‘BORN PINK’로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요. 멤버들의 솔로 활동 또한 ‘핫 100’ 차트를 포함한 갖가지 지표에서 성과를 보이며 K팝 아티스트들의 ‘빌보드 차트’ 진출을 낯설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워낙 K팝 씬에서 갖는 파급력과 상징성이 워낙 큰 두 팀 이후, 다른 K팝 그룹에게도 빌보드 차트 기록은 팀의 성과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가장 좋은 중요한 지표가 됐죠.

작년은 그 정점이었습니다. 수많은 팀의 곡들이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200’에 올랐어요.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연준 솔로, 캣츠아이, 보이넥스트도어, 엔하이픈, 피원하모니, 엔믹스, 르세라핌 ‘SPAGHETTI(feat. J-hope of BTS)’, BTS와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활동…. 무엇보다 ‘APT.’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라는 상상조차 못한 게임 체인저가 등장합니다.
‘Golden’은 핫 100 정상에서 8주 연속 1위를 거머쥐었고 ‘How It’s Done’, ‘Your Idol’, ‘Soda Pop’, ‘TAKEDOWN (JEONGYEON, JIHYO, CHAEYOUNG)’ 등 수록곡들도 차트 상위권에 오래도록 포진했습니다. 곡 내내 한국의 술게임 ‘아파트’ 후렴구가 울려퍼지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는 ‘핫 100’ 최고 3위를 기록한 이후 무려 45주 연속 차트에 머무는, K팝 솔로 아티스트곡으로 대장기 집권에 성공한 것은 물론 미국 지상파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하는 ‘팝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K팝 최초 1위를 거머쥐었죠. 지난해 쏟아진 넘쳐나는 성과들은 ‘캣츠아이’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과연 K팝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새로운 질문까지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열풍이 지나간 올해, 또다른 질문 떠오릅니다. 여전히 빌보드 차트는 K팝 아티스트가 정복해야 할 대상일까?

지난 10월 10일, 11일 추가 회차까지 오픈하며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팝스타 자라 라슨은 올해 새 앨범 ‘Midnight Sun’의 발매를 앞두고 진행된 ‘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차트 게임을 하는 것은 나에게 완전히 끝난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차트를 보지 않는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언급한 이유는 발매와 동시에 압도적인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로 수록곡 전체가 빌보드 메인 차트를 늘상 점령하는 명실상부 차트의 여왕이기 때문이죠. 작년 10월 발매된 테일러의 12번째 정규 앨범 ‘Life of a showgirl’은 바이닐 8종, 카세트 테이프 1종, CD 17종에 올해 9월 발매한 디럭스 버전을 추가 발매하는 등 20종이 훌쩍 넘는 버전으로 미국 내에서만 첫 주에 350만 장 가까이 판매됐고, 지금까지 판매량은 1,250만 장이 넘습니다. 올해 9월에는 디럭스 버전으로 재발매되며 또 한 번 차트를 점령했고요. 이 인터뷰가 화제가 되자 자라 라슨은 “그런데 나도 사실 차트에 신경 쓴다. 여전히 1위 하고 싶다! 제발 제 새 앨범을 1위 만들어달라”라고 위트있게 대응했습니다.
빌보드 차트에 대한 모든 것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빌보드 차트는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지며, 이 차트의 집계는 대체 어떻게 진행될까요? 빌보드는 1894년 오하이오주에서 업계 소식을 알리는 광고지로 시작했습니다. 빌보드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발전의 역사와 같아요. 1900년대 서커스를 비롯 지역 순회 공연 등이 늘어났을 때는 공연 소식을 알리는 홍보지 역할을 했고, 음악 연주에 사용되는 악보(Music Sheet) 판매 순위를 발표할 때도 있었죠. 1936년 첫 싱글차트를 집계하는 데 사용된 데이터는 앨범 판매량과 주크박스 플레이수 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에어플레이(라디오 송출) 지수가 ‘핫 100’ 차트에 본격 반영된 것은 1950년대 라디오가 주류 미디어로 등극한 이후죠. 라디오와 지역 방송국의 영향력이 강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라디오 DJ는 직간접적으로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인 현재에 오기까지, 두 번의 중요한 기점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1991년, 앨범이 실제 판매된 바코드 계산대 데이터를 전자 집계하는 닐슨 사운드스캔의 데이터를 도입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전국 음반 매장에 전화를 걸어 매장 매니저의 주관적인 답변에 따른 순위를 반영했거든요.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죠. 바코드 데이터를 도입한 이후 힙합과 록, 컨트리 음악 같은 장르 음악의 순위가 메인 차트에서 도드라지게 높아졌습니다.
또 하나의 대대적인 개편은 2014년 12월에 이뤄집니다. 2007년부터 음원 스트리밍을 차트에 반영하기 시작했던 빌보드는 2014년 12월, 1950년대부터 실물 앨범(CD, LP) 판매량만 반영했던 앨범 판매 차트 ‘빌보드 200’ 차트에 ‘유닛(Unit)’ 개념을 도입합니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실물 앨범 판매량만 반영하면 실제 음원 경향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스트리밍 횟수, 다운로드 횟수, 에어플레이 등을 총체적으로 도입하되 앨범 1장을 1유닛으로 봤을 때 1유닛 = 유료 다운로드 10회= 유료 스트리밍 1250회 재생= 무료 스트리밍 3750회 재생으로 차등을 두는 전략을 택합니다. 에어플레이는 횟수보다 청취자 수를 고려해 반영합니다. 심야시간대 지역방송국의 1회보다는 메인 방송국의 황금시간대 방송된 게 더 크게 작용하는 거죠.
2021년 루미네이트(Luminate)로 사명을 변경한 ‘닐슨 사운드 스캔’은 지금도 전 세계 500개 이상의 플랫폼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빌보드의 차트 공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데요. 워낙 방대하다 보니 모든 게 자동화된 듯 보이는 지금도 이 차트 취합에도 꽤 시간이 걸립니다. 전세계 음악 소비량을 미국 동부시간(EST) 기준 금요일 0시부터 다음주 목요일 23시 59분까지 7일 단위로 묶어서 빌보드에 넘기면 새로운 차트 순위를 대중이 알게 되는 것은 사나흘이 지난 화요일 낮, 한국 시간으로는 화요일 밤~수요일 새벽 즈음이죠. 많은 아티스트들이 최근 금요일에 앨범을 내는 것도 빌보드 차트에 ‘풀집계’ 되려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대체 어떤 차트를 봐야되는데?

빌보드가 매주 공식 집계하여 발표하는 주간 차트는 장르별, 플랫폼별, 그리고 국가별 차트까지 모두 합치면 최소 250개가 넘습니다. 국가별 차트만 50개에 달하죠. 빌보드 홈페이지 Charts 카테고리 상단 ‘Top Charts’라고 상단 3개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 100™), 빌보드 200(Billboard 200™), 그리고 빌보드 아티스트 100(Billboard Artist 100) 까지는 주요 차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해의 음악씬을 정리하는 빌보드식 연말 정산, ‘이어 엔드(Year End)’ 차트도 수치 중심으로 한 해를 회고하는 중요하고 유의미한 차트죠. 해당 데이터를 정리한 ‘Year in Music’ 내용과 함께 빌보드 본사는 매 연말 ‘The No.1s Issue’ 라는 특별판을 발행할 정도입니다. 아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두아 리파, 빌리 아일리시 등장했던 해당 이슈의 2025년도 커버 중 하나는 로제가 차지했죠.

가장 중요한 차트인 핫 100은 앨범이 아닌 싱글 곡, 음원 스트리밍과 에어플레이를 반영한 차트입니다. 실물 싱글 앨범 판매량이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미국에서 곡이 얼마나 많이 들리냐’ 한 마디로 ‘대중 픽’을 받은, 유행가를 판단하는 차트로 생각하면 됩니다. 단적인 예로 2023년 뉴진스는 국내뿐 아니라 K팝 씬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남겼고 활동 기간 동안 총 5곡이 ‘핫 100’에 진입했죠. 하지만 뉴진스의 모든 곡보다 결국 ‘핫 100’에서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곡은 피프티피프티의 ‘Cupid’입니다. ‘핫 100’ 최고 48위, 8주 진입을 기록한 ‘Super Shy’보다 훨씬 높은 최고 순위 17위를 기록하며 차트에 25주나 머물렀으니까요. Sped Up 버전, 스페인어 버전, 피처링 버전 등 여러 버전으로 내더라도 차트 내 규칙을 따르는 한 하나의 곡(단일 싱글)로 카운트되는 것도 ‘핫 100’ 진입을 위해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버전의 음원을 지속적으로 내는 이유입니다. 스트리밍 특성 상 ‘고인 물’인 곡이 많아지면서 차트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2025년 10월 롱런 곡의 퇴출 기준을 한층 촘촘하게 만드는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빌보드 200은 어떨까요? 앞서한 설명대로 빌보드 200은 미국 내 실물 앨범 판매량과 차등반영한 디지털 음원 성과를 ‘유닛’으로 집계한 차트입니다. 앨범을 다양한 버전으로 발매하고, 그 수많은 버전의 앨범을 구매하며, 첫 주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견인하는 코어 팬덤이 있는 K팝 아티스트들이 강세일 수 밖에 없죠. 실제로 2026년 10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BTS의 ‘ARIRANG'(3월 발매, 520만 장), 그 뒤는 코르티스의 ‘REDRED(5월 발매, 8월 확장판 발매, 450만 장)와 스트레이 키즈 ‘This & That(8월 발매, 380만 장)이 바짝 쫓고 있을 정도며 스트레이 키즈가 9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써내려간 차트도 ‘빌보드 200’입니다.
캣츠아이도 미니 3집 ‘Wild’가 발매 첫 주 17만 앨범 유닛(앨범 판매량 14만 5천장)을 기록하며 차트 정상을 밞았죠. 타이틀곡 ‘ Animal’을 비롯해 수록곡들은 ‘핫 100’ 차트에도 순조롭게 진입했습니다. 일반반, 멤버별 개인 커버, 미국 내 대형 마트 체인인 타겟, 월마트 독점반 등 30가지가 넘는 실물 음반 버전을 발매했던 캣츠아이처럼 앨범 종수를 늘려 판매량과 차트 순위를 높이는 전략은 아이돌 뿐만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 린킨 파크, 사브리나 카펜터, 올리비아 로드리고, 트래비스 스캇, 빌리 아일리시 등 열렬한 팬덤이 있는 아티스트들도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다만 소수 팀을 제외하면 K팝 아티스트의 미국 내 판매량은 국내 혹은 글로벌 초동과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스트레이 키즈의 ‘This & That’ 미국 내 첫 주 판매량은 35만 7천장으로 글로벌 초동 기록(328만 장)의 10%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BTS의 ‘ARIRANG’ 또한 미국에서 선호도가 높은 LP(바이닐) 버전이 총 20만 8천장의 판매를 견인하며 첫 주 미국에서만 53만 장의 실물 판매를 기록, 탄탄한 북미 팬덤을 입증했죠. 하지만 빌보드 200 차트에서 유의미한 순위를 기록하는 대다수의 K팝 아티스트의 북미 판매량은 10만장 미만이며, 5만 장 전후도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충분합니다. 최근 한국 정규 2집 ‘Mark On Me’로 &TEAM(앤팀)은 글로벌 초동 135만 장을 기록, 빌보드 200에 자체 최고 순위인 20위로 진입하는 성과를 냈죠. 일본 기반 보이그룹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기록이지만 미국에서 앨범 판매량은 2만 6천장에 불과합니다.
‘아티스트 100’은 SNS 영향력이 커지며 2014년 7월 신설된 차트입니다. ‘핫 100’과 ‘빌보드 200’이 보여준 음원과 앨범 판매량 외에 SNS 화제성 등까지 종합한 아티스트의 글로벌한 영향력을 보는 차트인 만큼 K팝 아티스트들도 활약하지만 미국 본토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장기집권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BTS가 아티스트 100 차트에 머문 기간은 통산 360주가 넘지만 활동기에 따라 차트 밖으로 빠지기도 한다면, 드레이크(639주), 테일러 스위프트 (637주), 브루노 마스(619주), 아리아나 그란데(564주), 저스틴 비버(539주), 포스트 말론 (537주)은 차트 진입 후 한번도 아웃 된 적 없습니다.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영향력을 고려해 역시 2020년 10월 신설된 두 개의 글로벌 음악 차트, 전세계 스트리밍 성적과 비디오 스트리밍, 음원 다운로드를 집계하는 ‘빌보드 글로벌 200(Billboard Global 200)‘과 이 차트에서 미국 내 반응을 제외한 차트 ‘빌보드 글로벌 익스클루딩 U.S(Billboard Global Excl. U.S.)’ 차트도 국내에서 아티스트의 성과를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됩니다. 하지만 관성적으로 플레이되는 ‘고인 물’ 곡이 많고 비교적 신생 차트인만큼 미국 현지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HOT 100 진입, 다음 주자는?

이쯤되면 ‘핫 100’에 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빌보드 차트에서 미국에서의 기록이 얼마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어느 정도 전달이 됐을 겁니다. ‘빌보드 글로벌 200’ 상위권보다는 메인 차트인 ‘핫 100’ 차트 진입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아쉽게 ‘핫 100’에 들지 못한 101위부터 125위까지 ‘버블링 언더 핫 100(Bubbling Under Hot 100)’ 또한 최근 아티스트의 성과를 다룰 때 종종 인용되고는 하는데요.
‘빌보드 200’ 차트에 8번 연속 진입했을 뿐더러 2023년에는 미니 2집 타이틀곡 ‘Girls’로 MTV VMA(Video Music Awards) ‘베스트 K-POP’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24년에는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는데 성공한 에스파는 북미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강력한 ‘핫 100’ 진입 가능성을 보이는 후보 중 하나입니다. 특히 2024년 발표한 ‘Whiplash’는 빌보드 글로벌 200에 30주 동안 머무르며 최고 순위 8위까지 기록했죠. 이런 기세에 힘입어 올해 여름 발매한 신곡 ‘LEMONDADE’는 ‘버블링 언더 핫 100’ 에 7위로 진입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엔하이픈도 핫 100 진입을 기대할 만합니다. 엔하이픈은 올해 새 앨범 ‘The Sin: Bliss’로 빌보드 200 첫 1위(실물 앨범 판매량 9만 2천장)를 점령했고 타이틀곡 ‘Bloody Paradise’ 는 ‘버블링 언더 핫 100’ 23위로 자체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바 있죠.
이변에 가까웠던 2025년 K팝의 빌보드 점령 열풍이 사그라든 올해 ‘핫 100’에서는 솔로 활동을 이어가는 블랙핑크 멤버들의 활약은 여전합니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협업한 제니의 ‘Dracula (Remix)’는 핫 100 최고 순위 5위까지 올랐던 것에 이어 무려 20주 연속 핫 100 톱 10에 머무는 대기록을 세웠죠. 10월 23일에 새 EP ‘PRESS PLAY’를 발매 예정인 리사의 리드 싱글 ‘SaWaDiKa’ 또한 ‘핫 100’ 69위로 가볍게 차트인했고요. ‘APT.’로 대기록을 쓴 로제의 새 싱글 ‘New Trick’은 ‘버블링 언더 핫 100’ 7위를 기록하며 진입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K팝이라는 마이너리티
미국 전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K팝(한국어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 입니다. 9.1%~9.5를 차지하는 라틴 음악(스페인어)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죠. 매출 비중은 3% 안팎. 수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투어를 하고 각종 K팝 행사가 열리며, 유의미한 페스티벌의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서거나, 주요한 TV쇼와 각종 어워드에 초대되는 등 음원과 글로벌 차트에서 거둔 성과들을 생각하면 체감 상 10%는 될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K팝 아티스트들의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성적들이 체감보다 가시화되는 것은 소속사의 홍보 플레이도 있지만 충실한 팬덤의 자발적인 홍보와 투표 및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팬덤 활용도 유효하게 적용합니다. 세븐틴, 에이티즈,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에스파 등 차트 기록을 토대로 팬덤을 독려하는 팬베이스 계정들이 X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차트 기록만 다루는 계정이 별개로 존재할 정도죠.

자라 라슨이 빌보드 차트를 ‘업계 사람들만 본다’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합니다. 실제로 K팝의 글로벌 흥행 후 비즈니스 데이터로 빌보드 차트 순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용하려는 관계자 뿐 아니라, 코어 팬덤의 유입도 폭발적으로 늘었거든요. 빌보드는 원래도 가장 큰 규모의 음악산업지로서 여러 분석 기사를 ‘빌보드 프로’로만 공개하고 있는데요. 이 ‘빌보드 프로’의 월 구독료는 15.99달러(한화 약 2만 1천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차트 기록까지 ‘빌보드 프로’ 구독자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한폭을 대폭 늘렸죠. 예전에는 수십 년간 누적된 ‘과거 특정 날짜의 핫 100 차트 기록’을 일반 대중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었으나 2025년 10월을 기점으로 과거 기록 열람이 제한됐습니다. ‘이어 엔드’ 차트는 물론, ‘Top Charts’ 카테고리에서도 ‘떠오르는 아티스트(Emerging Artist)’, ‘디지털 송 세일즈(Digital Song Sales)’, ‘톱 앨범 세일즈(Top Album Sales)’등 업계 동향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차트 접근성 또한 철저히 제한했죠. 장르별 세부 순위도 마찬가지고요. 객관적인 데이터가 업계의 계약, 유통, 투자 등의 데이터로 활용되면서 이를 유료 구독 모델로 흡수하는 건 상업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전략이지만 평범한 리스너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죠.
어쩌면 한차례 등반이 끝난 지금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빌보드 차트’ 또한 ‘로컬’ 차트임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를 두고 로컬 영화제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죠. 비록 미국이라는 고도화된 세계 최고최대의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달콤하게 느껴지더라도, 전략화되고 상업화된 빌보드에서의 성취를 갈구하는 것 외에도 K팝 씬에는 더 중요한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