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파리 쿠튀르 쇼 기간에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곳을 다녀왔다. 파리의 북쪽 작은 마을에 자리 잡은 샤넬 백 공방을 방문하게 된 것. 주소마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이 공간에서 세상 모든 여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샤넬 백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파리 시내에서 공방을 향해 가는 길, 한적하고 예쁜 시골길을 지나서인지 막연하게 앤티크한 성곽 같은 외관을 상상했던 예상과는 달리 샤넬의 백 공방은 상당히 모던하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을 만드는 방식만은 여전히 전통 방식을 고수한 채, 전 과정은 철저하게 정교한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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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브리엘 샤넬이 그녀 스스로 필요해서 만들어낸 작품인(물론 샤넬의 다른 많은 아이템들이 그렇지만) 아이코닉 백이 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경마장에 갈 때면 밀리터리 백이나 쌍안경을 크로스로 메고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카리스마 넘치는 포즈를 취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취향을 토대로 1955년 2월(전설적인 백 2.55의 모델명은 이 날짜를 기념해 붙여졌다), 만들어낸 것이 바로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담은 아이코닉 백.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도 ‘2.55’ 백의 디자인은 1955년 가브리엘 샤넬이 처음 디자인할 때 제안했던 수납공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코닉 백 제작 과정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여러 개로 나뉜 포켓. 정확히 말하자면 총 7개인데 우선 백 뒷면에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별칭이 붙은 곡선 형태의 포켓이 하나 있고, 나머지 6개는 백 안쪽에 자리한다. 명함이나 신용카드, 콤팩트 수납용 주름 포켓과 특별히 립스틱 크기에 꼭 맞게 디자인된 립스틱 포켓, ‘시크릿’이라 불리는 지퍼 포켓, 우편물이나 기타 서류 수납용 큰 포켓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이토록 여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담은 백이라니! 그러다 보니 1백80가지가 넘는 제작 공정과 수많은 정교한 손길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백이 탄생된다고 한다. 아이코닉 백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최대 15시간이 걸리고, 장인이 현장에서 이 백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기까지 4~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그야말로 정성을 다해 공들여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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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아이코닉 백의 인기를 능가하며 샤넬의 새로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보이 샤넬’ 역시 샤넬의 럭셔리한 전통을 이어 세밀하고 엄격한 원칙에 따라 제작됐다. 보이 샤넬 백은 아이코닉 백에 비해 좀 더 각지고 모던한 몸체가 완성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백의 몸체는 프레임과 플랩 겉면을 장식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직사각형 가죽 조각에 테두리를 따라 세 줄의 직선 무늬를 양각해 각진 프레임을 잡는 작업을 시작으로, 플랩 겉면을 장식하는데 사용되는 가죽 조각에 다이아몬드 형태로 퀼팅 가공을 한 뒤 이 프레임을 플랩 겉면 장식인 ‘캔버스’ 위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붙여야 비로소 백의 몸체가 완성되는 것. 몸체가 완성되고 나면 ‘퐁 뒤 삭(Fond du Sac)’이라고 부르는 안감 부분을 천 조각을 뒤집은 상태에서 제작, 조각들을 모두 짜 맞춰 다시 안팎을 뒤집어 앞면에 스티치를 넣어준다. 그 후 안감의 위쪽 양 모서리 부분을 ‘루프 스티치’ 형태로 바느질해 붙이면 안감과 몸체 안쪽이 서로 합쳐지게 된다. 그렇게 백의 몸체와 안감이 합쳐지고 나면, 모서리 부분을 반반하게 펴는 망치질 작업을 통해 몸체와 안감이 서로 단단히 고정되도록 한 뒤 마지막으로 프레임 바깥쪽 테두리를 따라 한 번 더 스티치를 넣고 나서야 몸체와 안감이 하나가 된다. 이렇게 수많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백의 기본 형태가 만들어지면 잠금장치와 체인을 더하고 여러 번의 검수 작업을 거쳐 부티크로 옮겨진다고.이처럼 말할 수 없이 세심하고 정교한 작업으로 완성되는 샤넬 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샤넬 백이 몇십 년째 여자들의 로망이라는 타이틀을 독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넬 백은 영혼이 담긴 소중한 물건처럼,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가방이 되기에 손색없는 유일한 백이 아닐까.

Mademoiselle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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