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혹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박수를 치며 발을 구르는 플라멩코 댄서, 화려하게 장식한 의상을 입고 경기장에서 붉은 천을 휘날리는 투우사.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페인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그리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수많은 디자이너의 뇌리에도 스페인 전통 의상의 잔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아마도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서양의 전통적인 복식 문화와 중동의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낸 스페인만의 고혹적인 스타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터.
이번 2016 S/S 시즌 런웨이에는 유독 스페인의 매력에 심취한 결과로 보이는 의상이 자주 등장했다. 모델의 발걸음을 따라 나풀거리는 러플의 향연과 조명을 받아 빛나는 황금빛 장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스페인의 어느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조금만 살펴봐도 강렬한 붉은색과 관능적인 레이스, 율동감이 느껴지는 큼직한 러플, 과감한 플라워 모티프, 동양적인 느낌의 섬세한 자수 장식 등 컬렉션 곳곳에 스페인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컬렉션을 감상하는 진정한 묘미는 이처럼 명확한 스패니시 모티프를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석했는지 살펴보는 것!
프로엔자 스쿨러와 마이클 코어스는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시키는 레드와 블랙이 어우러진 드레스를 모던하게 재해석했고,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이를 고혹적이고 여성미 넘치는 룩으로 표현했다. 또한 알렉산더 맥퀸과 안토니오 마라스는 자신들의 주특기를 발휘해 아플리케 장식이나 자수 같은 쿠튀르 디테일에 더욱 집중했다. 이 밖에 투우사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장식적인 디테일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지방시, 페이, 사카이 등의 런웨이에 속속 등장하는가 싶더니 로샤스 컬렉션에서는 시퀸을 수놓은 황금빛 드레스와 코트가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구찌와 DVF에서 사용한 큼직한 플라워 장식 역시 스페인 특유의 분위기를 전하는 요소다.
자, 이쯤 되면 귓가에 ‘짝! 짝! 짝짝짝!’ 발을 구르며 박수 치는 소리와 ‘올레!’ 하는 힘찬 함성이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