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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만큼 간편하고 요긴한 패턴이 또 있을까? 클래식한 스트라이프 보더 톱은 계절을 막론하고 순식간에 쿨한 스타일을 완성해주며, 다채로운 줄무늬 셔츠는 언제 어디서나 잘 차려입은 듯한 기분을 선사하니 말이다. “나에게 스트라이프는 분신 같은 존재예요.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무척 불안하죠.” 수십 년 동안 줄무늬 티셔츠를 고집해온 장 폴 고티에의 말처럼 스트라이프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 자체로 뚜렷한 존재감을 지닌 패턴임이 분명하다. 마침 반갑게도 이번 시즌,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매력적인 무늬에 열렬한 사랑을 고백해 눈길을 끈다.

사실 이토록 심플하고 간결한 패턴을 새로운 유행이라 치켜세우기엔 조금 민망한 면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트라이프는 늘 언급되는, 그야말로 매 시즌 트렌드에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 수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선보인 스트라이프는 어느 때보다 볼드하고 과감한 디자인 으로 변모한 것이 특징. 다시 말해, 세인트 제임스의 클래식한 줄무늬 티셔츠만 즐겨 입었다면 이번 여름엔 좀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스트라이프를 전면에 내세운 디자이너는 단연 막스마라의 이언 그리피스다. 보디라인을 따라 우아하게 흐르는 드레스에 옐로, 레드 등 선명한 컬러의 스트라이프를 가미해 모던 스포티즘을 구현한 것. 드레스와 아우터, 스커트 등 다양한 아이템에 어우러진 스트라이프는 과감하지만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 라프 시몬스의 마지막 디올 컬렉션에도 굵직한 줄무늬들이 등장했는데, 델피늄 꽃이 가득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 대범한 패턴은 쇼에 적절한 리듬감을 선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비비드한 스트라이프로 밀라네세의 유쾌함을 그려낸 돌체 앤 가바나, 우아함의 ‘끝판왕’에 등극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색색의 무늬가 차고 넘친 프라다와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를 꾸준히 선보이는 미소니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

 

스트라이프를 자유롭게 변형해 참신한 스타일을 선보인 컬렉션 또한 흥미롭다. 여러 가지 줄무늬를 겹치거나 패치워크해 시선을 확 사로잡는 스타일을 선보인 것. 이번 시즌 런던 최고의 쇼로 꼽힌 조나단 선더스는 톤온톤의 스트라이프를 덧댄 슬립 드레스를 내세웠고, 스포티즘을 더없이 페미닌하게 풀어낸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변형된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극 활용해 훌륭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색색의 줄무늬를 트위스트해 미국식 보헤미안 무드를 그려낸 타미 힐피거, 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던 클로에의 룩 역시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스트라이프는 이번 시즌 유행의 최전선에 자리한다. 게다가 두 눈이 즐거울 정도로 그 종류 역시 풍성하다. 이쯤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과감한 스트라이프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용기! 보일 듯 말 듯 잔잔한 무늬도 매력적이지만, 올여름엔 존재감 강렬한 스트라이프 패턴일수록 멋지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